“퇴원 환자에 ‘다시 보지 말자’는 인사…크게 공감”
간호사 출신 작가 동명 웹툰 원작
주치의보다 보호사 찾는 환경부터
간식부터 질환묘사까지 잘 보여줘
“넉넉한 인력은 드라마로 느껴져”
“저희 다시 보지 마요.”
지난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3년차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은 퇴원하는 환자를 향해 이렇게 인사한다. 그가 일하는 곳은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내과에서 근무하다 정신병동에서 처음 근무하게 된 간호사 다은의 시선으로 공황장애·망상증·조현병·우울증 등 현대인이 겪는 정신질환을 다룬다. 간호사 출신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의사가 주인공인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와 달리 간호사들의 ‘희로애락’을 주로 다룬다.
공개 직후 3주 연속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한 이 드라마를 현직 정신과 간호사들은 어떻게 봤을까. 경향신문은 지난 19일 각각 13년차, 10년차, 5년차 정신과 간호사인 한동수(38), 오정민(32), 이원정씨(29)와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이씨는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3년간 근무한 뒤 현재는 뉴질랜드에서 일하고 있다.
오씨는 다은이 환자에게 “다시 보지 말자”고 인사하는 장면에 공감했다고 했다. 그는 “정신과는 환자들과 ‘라포(신뢰와 친근감)’를 형성하는데, 그러다 보니 퇴원할 때 ‘선생님 못 보는 건 싫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럴 때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다시 보면 안 돼요’라고 말하며 헤어지는데, 그런 부분을 잡아냈다”고 했다.
이씨는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보호사’의 존재에 공감했다. 정신과 보호사는 치료 프로그램이나 외부 병원 진료, 면회 시 환자와 동행하거나 투약 시 간호사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씨는 “보호사님은 정신과에만 있다”며 “환자가 ‘액팅아웃(내적 갈등을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을 할 때 ‘보호사님!’하고 외치는 게 낯익었다. 물리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땐 주치의보다 보호사님을 찾는다”고 했다.
드라마에는 간호사들이 공유하는 ‘소소한’ 공감 포인트도 잘 녹아있다. 한씨는 극중 간호사들이 사비를 털어 사둔 간식을 의사들이 몰래 먹다 걸리는 장면을 언급하며 “믹스커피는 간호사의 에너지원이다. 실제로 의사쌤들이 마음대로 가져다 먹어서 싸운 적이 있다”며 웃었다. 오씨는 “의사와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미묘한 감정이 더 공감됐다”고 했다.
회차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정신질환 묘사를 두고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오씨는 “우리 환자들 같아서 보는 것만으로 일하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한씨는 “현실과 게임을 구분 못하는 망상 장애 환자의 경우 자존감이 떨어진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이 게임에서는 강한 인물이 되어 현실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망상이 생겼다는 점 등을 영상기술을 활용해 잘 보여줬다”며 “누구든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생길 수 있는 병이란 생각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생각한 장면도 있었다. ‘넉넉한 인력’이다. 다은을 포함해 간호사 4명이 팀으로 일하는 드라마와 달리 현실에선 환자 수십명을 간호사 혼자 돌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씨는 환자 10명 내외를, 한씨는 21명을 혼자 담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씨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 3명이 한 팀이 되어 환자 32명을 담당했다. 한씨는 “드라마처럼 근무 중 커피를 마시러 가거나 30분 잠을 자러 가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주인공 다은처럼 간호사의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때도 있다. 오씨는 “환자가 언제 액팅아웃을 할지 알 수 없고 업무는 계속 쌓이다 보니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움으로 확 와닿았던 때가 있다”고 했다. 한씨 역시 “간호사는 불안장애와 수면장애는 기본으로 겪는 것 같다”며 “환자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신규 간호사 때는 우울증 증상으로 속이 빈 느낌이 들어 계속 먹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신질환을 드러내는 것이 비교적 자유로워졌지만 차별이나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병원에서도 정신과 환자에 대한 편견은 있다. 오씨는 “병원 관계자가 와서 정신과 환자가 샤워하다 자해할 수 있으니 샤워실 문을 열고 지켜보라고 한 적도 있다”며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서 인지 기능이 다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인권이 없는 것처럼 대할 때가 있다”고 속상함을 드러냈다.
미디어가 정신질환을 다뤄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범죄가 일어났을 때 매체에서는 정신심리학 전문가의 말을 꼭 제시한다”며 “일반인들은 자연스럽게 범죄 원인을 정신적 문제와 연결하게 된다”고 했다. 이씨도 “조현병이 있어도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고, 병으로 인해 역량이 줄어든 사람이 있다”며 “언론에서는 조현병 환자를 일반화해서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세 간호사가 정신과에 남아있는 이유다.
이씨는 “뉴질랜드에서는 정신질환이 어떻게 발생하게 되는지 궁금하더라”고 했다. 간호사 자신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것도 정신과 간호사 일을 지속하는 데 중요하다.
세 사람 모두 좋은 정신과 간호사는 극중 다섯 간호사의 역할을 적절히 발휘하는 간호사라고 했다. 병에 따라 의료진이 취해야 하는 태도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씨는 “의료진이 환자를 구원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의료진이 제안은 하지만 결국 환자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선을 분명하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채연·이유진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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