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위 “여경, 우대받아 승진”…대놓고 성차별 발언
인권위원장 등 “여경 조직 왜 필요하냐” “논의 불필요” 질타
내부망에 사과 요구글…해당 위원 “데이터 부재 지적한 것뿐”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현장 여성 경찰관에게 “현장 의견을 청취하겠다”며 참석을 요청한 회의에서 일부 인권위원이 “여경이 우대받아서 승진한다” 등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여성 경찰관은 경찰청 인권위원들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22일 경찰 내부망에는 최근 경찰청 인권위 정기회의에서 현직 경찰관이 인권위원들로부터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경찰청 인권위는 지난 17일 정기회의에 ‘경찰 젠더연구회’ 소속 A경위를 초청했다. 경찰 젠더연구회는 경찰 조직 내 성평등 문화 확산과 성평등 치안서비스에 대해 연구하는 경찰청 학습동아리다.
A경위는 당시 회의에서 ‘조직 내 소수인 여성 경찰관이 경험을 나누고 연대할 수 있는 전국 차원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여성 경찰관 혐오를 담고 있는 언론 보도에 경찰청의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는 건의사항을 전했다고 한다. 그는 “학습모임이 전국의 여성 경찰관을 대변할 수 없으므로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본청 정책 부서와 외부 위원들에게 전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자료를 준비했다”고 적었다.
A경위는 “하지만 경찰청 인권위원들은 여성 경찰관이 조직 내 소수라는 전제부터 부정했다”고 했다. A경위에 따르면 한 인권위원은 “25세 이하 경찰관의 성별 현황이 50 대 50인데,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 경찰관의 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취재 결과, 해당 발언은 인권위원장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했다. 경찰청은 녹취를 확인한 결과 “25세 이하 경찰관의 성별 현황이 50 대 50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서 남성 경찰 따로 여성 경찰 조직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것이 정확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통계상으로는 여경의 승진율이 남경보다 낮지만 실제로는 여경이 더 우대받아서 승진한다더라. 여경들이 더 승진에 유리하다” “(여성이 일부 부서에 배치되지 않는 현상은)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 때문이 아니라, 여성들이 자기가 원해서 그런 곳에 간 것 아니냐” “여성 경찰관이 점점 더 많아지는데 왜 이런 논의가 필요하냐” 등 발언이 간담회에서 나왔다고 A경위는 밝혔다. B위원은 남녀 통합선발·동일 체력 기준 등을 언급하며 “그래봤자 여경이 공부를 잘해서 여성이 많이 들어온다. 교사들도 여교사가 많지 않은가” 등의 말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지난해 여성 경찰관 수는 1만9688명으로 총원 13만2595명의 14.84%였다. 간부로 분류되는 총경(일반직 공무원 4급) 이상 고위직 799명 중 여성은 5.25%(42명)에 불과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25세 이하 경찰관에서 여성 비율이 높은 건 남성 경찰들의 입직 나이가 군 제대 이후인 25세 이상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경위는 “인권위원들은 시종일관 공격적 태도로 구체적 통계·사례 등을 요구하며 아무 권한 없는 우리를 질타하고 몰아붙였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시 회의에 동행한 후배 경찰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경찰관은 “그날 상황이 떠올라 아직도 심장이 떨리고 얼굴이 화끈거린다”며 “인권위 분들은 A경위의 답변 중 말을 끊고 자신의 의견이 답인 것처럼 말했다. 심지어 여경에 대해 비웃는 태도까지 보였다”는 댓글을 남겼다.
A경위는 이날 통화에서 “저는 하급자, 실무자에 불과하다.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해달라고 해 간 것뿐인데 무례를 겪어야 했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마지막 발언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뜬 것이 너무나 후회됐다”고 말했다.
B위원은 “여성 경찰관에 대한 데이터만 있고, 경찰청 일반직 여성에 대한 자료는 없길래 그걸 지적한 것”이라며 “여성 경찰 승진 관련 자료도 없었다. 그래서 일부에선 ‘남성 경찰이 역차별당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왜 이걸 뺐느냐, 정기 승진할 때 여성이 어떻게 차별받는지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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