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력 ‘눈’·‘주먹’ 손안에”…미사일 도발 잦아질 듯
한·미 군사 행보 실시간 관찰
핵 공격력 정교화 전기 평가
괌 기지 위성 사진 본 김정은
“다양한 위성 더 많이 발사”
ICBM 등 추가 시험 가능성
러시아 기술 지원 뒷배 업고
‘우주 강국’ 업적으로 차별화
북한이 2전3기 끝에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며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미사일 공격력을 정교화할 전기를 마련했다. 러시아 기술 지원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러 군사협력이 더욱더 불붙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핵심 성과를 거둔 자신감을 토대로 추가 군사정찰위성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올해 급격히 고도화한 핵 무력을 한층 더 강화한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한반도 안팎에서 벌어지는 한·미의 군사적 움직임을 실시간 관찰하며 핵·미사일 선제·정밀타격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올해 전술핵탄두 ‘화산-31’과 핵무기 통합운용체계 ‘핵 방아쇠’ 등을 공개한 상황에서 군사정찰위성이라는 ‘눈’까지 달게 된 것이다. 한·미가 압도적 우위였던 정찰·감시 역량을 북한이 일부 따라잡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공화국 무력이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자기 수중에 틀어쥐었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괌에 위치한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 주요 군사기지 위성 사진을 살펴봤다.
북한이 두 차례 발사 실패를 딛고 세 번째 시도에 성공한 배경에 러시아 기술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북·러 군사협력의 본격화를 상징한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러시아와 협력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진전되고 엄중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게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 올해 최우선으로 추진한 국방 과업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핵 무력 고도화에 몰두한 결과물을 주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게 된 측면이 있다. 김일성·김정일과 차별화되는 ‘우주 강국’ 업적을 취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추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다양한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하여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으로, 실용적으로 운용하여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나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결정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국도 오는 30일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 남북 군비경쟁이 우주 공간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신냉전’ 정세는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남한은 즉각 남북 9·19 군사합의를 일부 효력 정지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성공을 발판 삼아 각종 핵·미사일 발사 시험 등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 군사분계선 일대 무인기 도발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전략무기 최우선 5대 과업’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과업으로는 수중 고체엔진 ICBM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 추진 잠수함 보유 등이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야당 “북에 도발 빌미”…여당 “불가피한 조치”
- 합참 “궤도 진입 확인”…‘정상 작동’ 여부에는 “두고 봐야”
- 미 “동맹 방어 모든 조치” 중 “당사국 냉정 필요”
- 날씨 때문에? 감시 피하려고?…북, 처음으로 통보 시간 어기고 ‘기습 발사’
- 흰머리 부쩍 는 김정은 ‘환호’…‘러 동행’ 김정식·장창하 함께 참관
- 남북 합의, 한국이 먼저 깬 건 처음…‘안전판’ 제거 우려
- 군, 정찰기·무인기로 MDL 인근 공세적 작전 전망… 북 무력시위 → 추가 효력 정지…악순환 우려
- 북 위성 도발에 정찰기 ‘맞불’…충돌 위기 상시화
- 270만원짜리 임야, 건설업자가 111배 넘는 3억원에 산 까닭
- “윤석열 대통령에게 훈장 안 받겠다”…교수에 이어 초등학교 교사도 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