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농약통 둥둥…쓰레기장 된 '수도권 젖줄' 의암호

이희령 기자 2023. 11. 2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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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춘천 의암호는 수도권의 주요 상수원인데, 치우고 치워도 쓰레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음식물 쓰레기봉투, 농약 통까지 나오는데, 이렇게 쓰레기와 뒤섞였던 물이 우리가 쓰는 수돗물로 돌아오는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의암호 위쪽, 마장 달빛교가 있는 곳으로 와봤는데요. 바로 옆이 시민들이 다니는 산책로이다 보니, 생활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페트병은 기본, 쌈장 양념 통과 농약 통까지 나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든 검은 봉투, 큰 플라스틱 바구니도 건져 올렸습니다.

보다못한 한 시민이 직접 카누를 타고 쓰레기를 치우고 있습니다.

많게는 1주일에 5번까지 의암호로 나옵니다.

[이원도/의암호 환경 지킴이 : 이게 제일 큰 문제예요. 쌀 알갱이처럼 갈라져 버리죠, 이렇게. 이런 것들은 주울 수가 없는 거죠.]

의암호 위쪽으로 올라가면 쓰레기가 더 많다고 합니다. 직접 카누를 타고 따라가 보겠습니다.

천천히 노를 젓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갑니다.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에선 바로 큰 플라스틱 통이 나타납니다.

[오자마자 바로 보였네요.]

스티로폼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이원도/의암호 환경 지킴이 : 이 안에서 저런 스티로폼 같은 것들이 분해가 돼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서, 물을 오염시키는 거죠.]

카누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쓰레기가 있어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원도/의암호 환경 지킴이 : 잡풀이나 잡목 같은 게 있으면 배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제일 안타깝죠. (지자체가) 그것만 치워준다고 하면 저희 같은 사람이 다 치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느새 가득 쌓였습니다.

[이원도/의암호 환경 지킴이 : 오늘도 만선이에요. 항상 나올 때마다 금방 배가 차요.]

수도권에 수돗물을 보내주는 상수원, 의암호 모습입니다.

장마철만 되면 떠내려오는 쓰레기, 그리고 낚시꾼과 관광객 등이 마구 버린 것까지 뒤섞인 겁니다.

저희가 수거한 것 중에 가장 많이 나온 게 스티로폼 상자, 조각들입니다. 원래는 더 큰 덩어리였을 텐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조각들이 물에 흩어졌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쓰레기를 주웠는데요. 색이 다 바랜 음료수 캔, 화장품 용기 같은 생활 쓰레기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30분만 주웠는데도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호수 전체엔 훨씬 더 많은 쓰레기가 있을 걸로 보입니다.

작업 후 선착장에 돌아왔는데 그새 낚시꾼이 봉투를 버리고 갔습니다.

음식물과 낚시용 미끼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5월부터 10월 사이 매일 쓰레기를 치우지만 역부족입니다.

[심원준/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 스티로폼 같은 경우에 풍화가 굉장히 빨리 되거든요. 태양광에 장기간 노출된다, 그러면 미세 플라스틱이 만들어집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수돗물에서는 당연히 나옵니다. 소량이긴 한데, 나오긴 한다.]

우리가 마시게 될 물속에 이 많은 쓰레기들이 있었습니다. 다가갈 수 없는 곳들엔 얼마나 더 많이 있을까요. 우리 손을 떠난 쓰레기는, 결국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작가 유승민/ VJ 김진형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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