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일자리를 위해, 노란봉투법을 즉각 시행하라"
지난 11월 9일, 공전을 거듭하던 21대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하도록 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개정노조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일찌감치 시사한 바 있습니다.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경영계와 보수언론까지 한목소리로 개정노조법이 시행된다면 "노사관계가 파탄날 것"이고 "불법파업이 횡행할 것"이라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수세력은 일제히 개정노조법의 의미를 왜곡‧폄하하는 데 혈안입니다. 모든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3권 쟁취를 위해 이제 겨우 한걸음 내딛었을 뿐입니다.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개정노조법의 즉시 공포가 왜 필요한지 당사자의 목소리로 전합니다.
연이은 청년노동자의 죽음
19세 지하철 하청노동자 김군.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2인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홀로 일하다 참사를 당했다. 원청은 하청의 인력부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고장 접수 1시간 이내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고, 김군은 참사 당일에도 원청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 홀로 위험을 무릅썼다.
24세 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세상을 떠났다. 이곳에서도 2인1조 근무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국무총리 산하 특별조사위는 참사의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들며, 원청이 안전비용 지출 및 안전시스템 구축에 의지가 없었음을 인정했다.
23세 평택항 하청노동자 이선호. 2021년 컨테이너 정리 작업 중 300kg 구조물에 깔려 세상을 떠났다. 당시 고인은 안전모 등 보호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고, 현장에는 안전관리자도 없었다. 법원은 원청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험의 외주화
건설현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20대 청년노동자, 한국전력의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사망한 30대 청년노동자, 화학공장, 조선소 등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세상을 떠난 청년들. 산재사고를 당한 청년들은 절대 다수가 하청에 속해 있고, 그 참사의 근본 원인은 원청에 있었음이 드러났다. 청년들이, 미래세대가 이처럼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로 내몰려 있는 현실은 방치한 채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궤변’이다.
노란봉투법에는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담겨있다. 하청노동자가 원청과도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원청과의 교섭을 통해 원청이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안전에 돈을 쓰도록 만들고, 하청을 관리감독하도록 하고, 나아가 위험업무는 직접고용하도록 해야 지금의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 권리가 아직도 인정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따름이다. 미래세대 일자리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은 노란봉투법 즉각 공포를 요구해야 마땅할 것이다.
라이더 하청노동자의 진짜사장, 배달플랫폼기업
청년들이 상당수 일하고 있는 배달플랫폼 노동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쿠팡이츠‧요기요와 같은 대형플랫폼사는 자기 물량의 일부를 배달대행업체에 하청으로 주고 있다. 또한 전국 50여개 가량 되는 중소형 배달플랫폼사 대부분은 동네별로 지사를 운영하며 본사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츠의 경우는 라이더가 받는 배달료, 콜 배정, 업무량, 업무량 미달성 시 지사에 대한 패널티까지, 지사 운영의 전 과정에 개입하며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산재사고와 같은 책임은 지사장에게 미룰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라이더가 쿠팡이츠 정책에 대한 문제를 삼고 싶어도 쿠팡이츠 본사와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대한민국 산재 1위 업종인 배달업계의 안전을 위해선 플랫폼 본사의 알고리즘을 개선해야 하나 하청노동자인 라이더는 이에 대해 교섭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없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이 만연한 배달플랫폼 노동환경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미래세대를 위한 법
그럼에도 정부‧여당‧사용자단체‧보수언론은 노란봉투법이 미래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자리에 대해선 그 어떤 대책도 말하지 않으며 오로지 노란봉투법은 안 된다고 말한다. 고용노동부는 원‧하청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상생협의체를 말하고 있다. 지금의 원청은 있는 법도 무시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청년들의 산재와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원‧하청의 ‘상생’을 말한다니. 집에 불이 났는데 숟가락으로 찬물만 뿌리는 격 아닌가.
"노란봉투법은 미래세대를 위한 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정 노조법을 즉각 공포하라."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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