났다하면 속수무책 '고물상 화재'…사흘에 한번꼴인데 소화전도 없다
폐기물 처리 시설, 흔히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이곳에선 유독 불이 많이 나고, 또 한 번 나면 며칠씩 꺼지지 않습니다. 매년 100건씩 불이 나는데 불 끄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배나 길어서 소방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출동 장소라고 합니다.
매년 이렇게 불이 많이 나지만 사실은 막으려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먼저 정영재 기자 보도부터 보시죠.
[정영재 기자]
시뻘건 불길은 창고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 불, 도저히 끌 방법이 없습니다.
밖으로 번지는 걸 겨우 막을 뿐입니다.
출입구에선 소방대원이 높은 창엔 소방차 사다리가 붙어 물을 뿌립니다.
지난 19일 난 이 불을 완전히 끄는데 꼬박 사흘 걸렸습니다.
고물상입니다.
불이 난 저장창고 안에는 1000톤의 폐기물이 쌓여있었습니다.
폐기물을 저렇게 밖으로 빼내고 안쪽으로 물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불을 완전히 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보이는 불을 꺼도 쌓인 폐기물 안에 불꽃이 숨어 있습니다.
이른바 '심부화재'입니다.
가연성 폐기물에은 이 불씨를 계속 키우고 플라스틱과 비닐은 열이 식는 걸 막습니다.
[이영기/경남 양산소방서 화재조사관 : 보온재 역할을 하다 보니 열은 계속 올라가고 며칠 지나서 (다시) 불이 붙는 경우도…]
[고성근/청주서부소방서 현장지휘2팀장 : 들어내서 파헤쳐서 거기에 물을 뿌려가면서 일일이 수작업 비슷하게…]
폐기물 처리시설이나 고물상에서 난 불을 끄는데 걸린 시간은 458분, 평균 진화 시간 10배입니다.
올 초 강원 양양에선 일주일 동안 진화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고물상 화재, 이번 달에만 7건 발생했습니다.
길고 크게 이어지는 고물상 화재 실은 막을 방법이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불이 자주 나고, 한 번 나면 끄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특히나 더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물상이 보통 외진 곳에 있는데다가 대부분 소화전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는 겁니다.
계속해서 배승주 기자가 문제점과 대책, 짚어보겠습니다.
[배승주 기자]
작은 불티 2개가 폐기물 보관 창고로 떨어졌습니다.
단지 작은 불티 2개였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흥건한 기름 찌꺼기, 가스와 만나 순식간에 불은 번집니다.
이른 새벽, 아무도 없는 또 다른 창고.
갑자기 피어오른 뿌연 연기가 금세 가득 찹니다.
폐기물 건전지에서 불이 시작된 걸로 추정됩니다.
[이영기/양산소방서 화재조사관 : 충격을 주면 언제든 불이 나는 게 폐배터리고…]
'자연 발화'가 되는 물질들이 쌓일 수밖에 없는 폐기물 처리시설.
[폐기물 처리공장 관계자 : 대부분 불이 처음 난 게 아니에요. 이 사업장 같은 경우는 숙명적인 건데…]
올 한해에만 두 번 넘게 불 난 곳도 많습니다.
[폐기물 재활용업체 관계자 : 9월 달에 조금 잠시 났었는데 그건 자연발화였고요.]
하지만 운에 맡길 뿐 대비책은 없습니다.
소화전 하나 없습니다.
지난해 설치를 의무화 했지만, 이 전에 만들어진 시설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주로 외곽에 있어 물 끌어오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김용문/양산소방서 물금119안전센터 2팀장 : 물탱크차로 물을 싣고 날라야 하는데 그 나르는 시간에 화재가 확산되고 확산되고요.]
주먹구구로 보고하는 폐기물량도 화재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게 합니다.
[폐기물 처리공장 관계자 : 여름에 적정 재고량을 한 3천톤 가져가면, 날이 추워지면 1천톤 정도를 더 가지고 가요.]
배터리나 기름류를 분리 배출하게 하고 소화전만 설치해도 화재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항상 문제는 기본입니다.
[화면제공 청주서부소방서·소방청·경남소방본부]
[영상디자인 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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