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결혼! 당연한 권리!”…혼인평등법 촉구 서명운동 시작 [밀착취재]

김나현 2023. 11. 2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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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관계에서 배우자의 장례를 직접 치를 수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찾아서 22일 오전 혼인평등연대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으로 구성된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이날 혼인평등법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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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로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아도, 그가 사망하면 장례조차 주관할 수 없습니다”

부부 관계에서 배우자의 장례를 직접 치를 수 없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배우자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에서 ‘보호자’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삶은 자연스러운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해답을 찾아서 22일 오전 혼인평등연대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으로 구성된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이날 혼인평등법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앞서 지난 5월31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동성결혼 실현을 위한 혼인평등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날 혼인평등법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 앞서 인권, 여성, 장애,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연대발언에 동참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몽(활동명)씨는 “단 한 번의 입법이나 판결로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때, 여러 차례의 입법과 판결이 사회구성원의 존엄성과 평등권을 보장해왔다”면서도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논쟁과 숙고를 비켜나 그저 제도정치에 의해 통과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우리는 왜 별도의 법률이 필요한 걸까?’, ‘가족 아니면 ‘남’인 사회는 누구에게 살만한 세상인가?’ 등 사회적 숙고의 시간을 거쳐 제정되길 바란다”며 “(혼인평등법은) 자신이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인식, 자신이 다른 사회구성원들과 다르게 차별받지 않는다는 감각, 함께 사는 사람과의 친밀한 관계를 공적으로 이해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 도구(활동명)씨는 “국가가 이성간의 결합만을 ‘혼인’으로 인정하는 사이 그 밖의 관계들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제도적 혜택에서, 그리고 존재에 대한 사회적 인정으로부터 배제된 채 살아왔다“며 “모든 이들이 보편적으로 혼인할 수 있는 이 ‘당연한’ 권리를 보장되도록 이 땅의 많은 동료 시민들에게 손 내밀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외쳤다.

발언이 종료되고 서명 운동이 시작되자 지나가는 시민들은 하나둘 서명을 시작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에 다니고 있는 권소희(28)씨는 서명을 마친 뒤 “‘동성혼은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제화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며 “하지만 혼인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의 합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권씨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특정 성별에 국한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모두가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날 발언에 참여한 한국예수교회연대 오현선 목사도 “친동성애 신학자로 알려져 교회에서 쫓겨나자 퀴어 친구들이 찾아와줬다”며 “하마터면 그들을 만나지 못한 채 신학교수로, 목사로 은퇴할 뻔했다”고 웃었다. 오 목사는 “퀴어분들 모두가 법이 시민에게 허용하는 권리와 의무, 일상에서 경험하는 행복과 어려움, 자유와 책임 모두를 평등하게 누리며 살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캐나다, 영국, 프랑스, 대만 등 전 세계 34개국에서 ‘동성 간의 시민 결합’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동성결혼 인정 제도에 대한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날 모두의결혼은 “오늘부터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과 거리 곳곳에서 오프라인 서명운동과 시민활동 플랫폼 ‘캠페인즈’를 통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밝혔다. 혼인평등법 입법 촉구 서명 운동은 이날부터 내년 4월 제22대 총선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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