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TX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기자 2023. 11. 22. 2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흔히 GTX로 불리는 고속 지하철 4개 노선 건설에 투자되는 금액은 19조원을 상회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드는 예산이 4조5000억원이니 GTX에 투자되는 금액이 얼마나 큰 액수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광역급행철도 건설에 따라 노선 통과 지역의 이동권이 개선되고 GTX 역사가 신설되는 곳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지역 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해당 노선의 정차역과 환승역 선정 그리고 GTX 노선 추가 등 다양한 주제로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신설되는 GTX 노선이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사업이 성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GTX의 성공적인 시행을 바라는 마음에 앞서 이러한 대규모 교통 인프라 건설을 바라보는 불편함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GTX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교통 문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는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하철 역세권의 지가가 특별히 높은 이유는 수혜지역의 접근성과 연결성을 높여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지역 개발 효과를 부가적으로 창출하기 때문이다. 교통 투자에 따라 개발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기에 특정 지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투자의 적절성 여부를 자세히 검토한 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GTX와 같은 광역급행철도 투자를 비수도권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다. 역대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한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에도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교통 인프라 건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은 나라 경제의 핵심이며 한국을 상징하는 지역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편리한 교통 서비스는 필수이며 이를 통해 수도권의 경쟁력과 국격을 높일 수 있다고 여긴다. 인구의 절반, 지역총생산 또한 52.8%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기 오염을 완화하며 출퇴근이 원활하도록 다양한 교통정책을 펴고 있다. 더불어 GTX와 같은 수준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와 수도권 교통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투자는 불균형한 지역 격차를 더 심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수도권에 투자가 집중되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고 인구수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대도시권의 교통 투자를 소홀히 하면 수도권과 지방의 모빌리티 서비스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교통 서비스 불균형의 심화는 결국 지방의 경쟁력을 낮추어 인구와 부의 수도권 집중을 더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통 인프라에 대한 불평등한 투자로 인해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우려가 있다.

균형 잡힌 교통 투자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지역 간 형평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포용성이 증진된다. 농촌 및 교외 지역의 일자리, 교육, 의료 및 기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여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한다. 국민 모두 거주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정적이고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또한 사도삼촌(四都三村)과 같은 생활양식, 즉 4일은 도시에 거주하고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교통 인프라 건설은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교통 인프라 예산 수립에는 반드시 지역 간 비례 원칙이 필요하다. GTX 조기 개통 뉴스가 신문 지면을 채우는 현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교통 투자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