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번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주가는 하락[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11. 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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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


엔비디아가 또 한 번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투자자들의 환호는 듣지 못했다. 고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는지 투자자들의 미심쩍은 반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에 회계연도 2024년 3분기(2023년 8~10월) 실적을 발표했다.

이 기간 동안 매출액은 181억달러로 1년 전 대비 206% 급증했고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62억달러도 가뿐히 뛰어 넘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이번 분기(올 10월~내년 1월) 매출액 가이던스도 중간값이 200억달러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18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이번 분기에 200억달러의 매출액을 달성하면 전년 동기 대비 231%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7% 하락한 490.75달러를 나타냈다. 이날 정규거래에서 주가가 0.9% 떨어진 499.44달러로 마감한 뒤 추가 하락한 것이다.

전날 2.3% 오르며 504.20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실적이 추가 상승의 모멘텀을 제공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8월 실적 발표 후 주가는 횡보
엔비디아는 지난 5월24일 2~4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다음날 주가가 하루만에 24.4% 폭등하는 역사를 썼다. 주가는 실적 발표 전 305.38달러에서 5~7월 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 8월23일까지 471.63달러로 급등했다.

하지만 8월23일에는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음에도 다음날 주가는 0.1% 오르는데 그쳤고 2일 뒤에는 2.4% 하락했다. 이후 11월21일 8~10월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까지 엔비디아 주가는 400달러 초반에서 500달러까지 큰 박스권을 오가며 사실상 횡보하고 있다.

시장이 2번 연속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에 반응하지 않은 것은 지금과 같은 놀라운 성장세가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날 엔비디아의 콘퍼런스 콜에서 한 애널리스트가 회계연도 2025년(2024년 2월~2025년 1월)에도 AI(인공지능) 칩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사업이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냐고 물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사업이 회계연도 2025년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답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4분기 중국 매출 상당폭 감소
엔비디아가 이날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을 비롯해 미국이 최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엔비디아는 서한에서 "회계연도 2024년 4분기(올 11월~내년 1월)에 이들 국가에 대한 우리의 매출액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이 감소폭이 다른 지역의 강력한 성장세로 상쇄되고도 남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콜레트 크레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회계연도 4분기에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과 중동 일부 국가의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겠지만 전반적인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과 나머지 국가들이 지난 몇 분기 동안 엔비디아의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20~25%로 작지 않다.

中 매출 감소, 얼마나 상쇄될까
크레스는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이슈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와 미국 정부가 보기를 원하는 것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고 우리는 이를 매우 엄격하게 준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중국에서의 매출액 감소를 상쇄할 정도로 나머지 지역에서 다른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의 매출 공백을 다른 지역의 수요가 상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우리는 매 분기마다 한걸음씩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매출 전망치 하향 움직임
이미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확대로 엔비디아의 매출액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키뱅크 캐피탈의 애널리스트인 존 빈은 회계연도 2025년도에 엔비디아의 매출액 전망치를 기존의 1160억달러에서 968억달러로 낮췄다. 그는 엔비디아가 "궁극적으로 (중국의 수요를) 채우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빈의 매출액 전망치는 하향 조정된 후에도 월가의 회계연도 2025년 매출액 컨센서스인 823억달러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기준에 맞춰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출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스테이시 라스곤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 중인 반도체는 미국 정부의 규제에 따라 성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중국 현지 업체들의 제품과 경쟁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고무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높게 느껴지는 밸류에이션
아울러 AMD의 최신 AI 칩인 MI300X가 올해 말 출시되면서 엔비디아와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자체적으로 AI 칩인 마이아 100을 개발했다는 점 등도 엔비디아의 성장 전망에 부정적인 요소다.

특히 애플이 인텔로부터 CPU(중앙처리장치) 구매를 중단하고 직접 반도체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처럼 MS도 AI 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수요는 줄 수 밖에 없다.

다만 레이몬드 제임스는 최근 투자 노트를 통해 "(AI 훈련에 쓰이는)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 수요가 계속해서 공급을 앞지르고 있다"며 "우리는 (GPU) 경쟁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으며 엔비디아가 내년에도 생성형 AI 가속기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에 추가 상승 여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시장의 솔직한 마음인 것 같다. 트레이더인 기 아다미는 CNBC에 엔비디아가 "엄청난 분기 실적을 냈다"면서도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 이제 밸류에이션이 (적정 수준 이상으로) 좀 비싸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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