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 가” 유리창 깨며 자해… 필리핀서 버틴 한국인 총책 최후

필리핀 거점으로 보이스피싱 조직 운영해 사기를 벌인 총책 A씨. 그는 이민청 수용소에서 자해 난동을 부려 손에 부상을 입었다. /뉴스1

필리핀을 거점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단체를 조직하고 11억 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한국인 총책이 국내로 송환됐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자해 난동을 부리는 등 격렬히 저항했으나, 포박된 상태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절차는 무사히 마무리됐다.

경찰청은 필리핀 이민청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보이스피싱 총책 A(40)씨를 국내로 송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필리핀 바기오를 중심으로 범죄 단체를 조직한 뒤 검찰과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피해자 91명으로부터 총 11억4207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필리핀 당국과 A씨의 강제송환을 협의해 온 경찰청은 최근 강제추방 승인 결정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A씨는 현지에서 자신에 대한 허위 사건을 접수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방해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필리핀 당국의 처리가 끝날 때까지 송환이 미뤄지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를 인지한 경찰은 관련 처리가 모두 끝나자마자 호송관 2명을 보내 송환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용소에 수감된 A씨는 자해 난동을 벌이며 또다시 격렬히 저항했다. 고의로 수용소 관리 사무실 유리창을 주먹으로 깨 손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A씨의 반항이 거세자, 필리핀 경찰주재관은 추가 호송관 파견을 요청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실 경찰관 1명과 수배관서인 충남청 경찰관 2명으로 구성된 호송팀을 급파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필리핀 당국이 A씨에 대한 정신감정 필요성 등을 이유로 입장을 번복해 국내 송환이 가로막힌 것이다.

필리핀 경찰주재관과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 등은 A씨의 혐의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또 안전하게 한국까지 송환할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항공기 탑승 3시간 전 A씨의 소환이 최종 승인됐고, A씨를 일반 승객과 분리해 항공기에 태웠다. 이어 발부된 체포영장은 기내서 집행됐으며, A씨는 수갑과 포승줄을 한 채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