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한미가 위성 추진체 인양 못하도록 일부러 폭발시켜"
연세대 탐사 천문학 연구실서 포착
"위성 발사 과정서 1단부터 폭파 경우 없었어"
"신형 엔진 및 기술 파악 어렵게 하려는 의도"
심포지엄 민관·동맹국 우주안보학술교류 플랫폼
북한이 21일 밤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발사체의 1단 추진체를 한미 군사당국이 인양하지 못하도록 단 분리 과정에서 일부러 폭파시킨 정황이 확인됐다.
변용익 국제우주안보 심포지엄 조직위원장 겸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22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우주안보학회 주최 '제1회 국제우주안보 심포지엄'에서 "이번 위성 발사는 1단 추진체를 공중에서 폭파하는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연세대 탐사천문학 연구실에서 포착한 북한 위성의 모습을 공개했다. 연구실은 전국 136개 카메라로 한반도 상공을 관찰·촬영하고 있다.
오후 10시 45분경 상공 가로지르는 빛 폭발…"1단 추진체 폭파 추정"
영상을 보면 북측 상공에서 발사체로 보이는 작은 불빛이 위를 향해 날아가다가 강한 빛을 내뿜는다. 강한 불빛에서 분리돼 나온 작은 빛은 이후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해당 영상은 오후 10시 45분경 촬영된 것으로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지 약 2, 3분 지난 시점이다. 앞서 일본 해상보안청과 방위성은 북한의 1단 추진체가 한반도 서쪽 약 350㎞의 동중국해상 예고낙하 외 구역에 낙하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변 위원장의 분석이 맞다면 1단 추진체는 공중에서 폭발하고 그 잔해가 예고한 낙하 수역 밖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변 위원장은 "지난 1·2차 위성발사 시도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한 번도 포착되지 않았다"며 "신형 엔진을 탑재한 1단 추진체가 한미 당국에 인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5월 말에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가 서해 부근에 낙하하자 대대적인 인양 작업을 펼쳤다. 당시 전문가들은 "추진체가 파손되지 않았다면 그 안에 연료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엔진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엔진인 백두산 계열 엔진의 성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러시아, 국제우주파트너십 구축에 박차…새로운 안보 위협"
이번 발사 과정에서는 1단 추진체에 엔진 2개가 아닌 4개 엔진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발사체 '천리마-1형'의 발사 장면에는 1단 추진체에서 4개의 엔진이 불길을 뿜는 모습이 담겼다. 이는 1단 추진체에 엔진 2개를 적용한 지난 1차 발사 때와는 다른 행보다. 러시아 기술진의 조언을 토대로 변화를 줬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기존의 국제규범으로는 북한을 포함한 위협국가들에 우주기술을 제공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저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며 "안보리 차원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데다, 중국도 북한의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데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치 공유 국가들과 우주 관련 공급망 및 기술협력,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야나 로빈슨 프라하안보연구소 이사는 심포지엄에서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우주 능력의 평화적 사용을 거부하고, 자체적인 '국제우주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현대전이 위성 및 우주기술을 이용한 복합전(hybrid) 양상을 보이면서 동맹국가들을 중심으로 우주 인프라에서부터 부품, 재정지원, 규범협력까지 민관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빈슨 이사가 공개한 '중국-러시아 우주파트너십 현황' 표에는 북한도 포함돼 있었다.
국제안보심포지엄 참가 전문가들 "동맹국·가치공유국 중심으로 우주거버넌스 구체화해야"
정부는 북한의 위성 도발에 대해 독자제재를 검토하고 우주 관련 업무규정을 개정해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백종욱 국가정보원 3차장은 심포지엄 축사에서 "2021년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우주안보를 주요 임무로 부여한 이후 대통령령인 '우주안보 업무규정'을 개정하고 있다"며 "법적 근거를 강화해 '우주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업무를 발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일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주에서의 정보력은 국력의 극대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우주 정보활동을 통해 우주 위협에 대한 선제적 위협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우 한국우주안보학회장은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로 바뀌어야 할 때"라며 "자유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우주안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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