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서해5도' 안전핀 뽑나… 주민들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자”

박귀빈 기자 2023. 11.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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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문자·비행기 소리에도 ‘덜컥’... 잇단 도발에 피란짐 싸놓고 생활
주민 “기본권 침해·생존 위협... 효력정지 조치 다시 되돌려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22일 오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김시범기자

 

정부가 북한과 맺은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하며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칫 서해 5도 앞바다에서 대규모 군사훈련 등이 벌어지며 군사적 긴장감이 커져 ‘제2의 연평도 포격전’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북한이 서해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는 이날 지난 2018년에 북한과 맺은 9·19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했다.

현재 9·19군사합의 중 하나인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가 이뤄진 만큼, 이제 백령·연평도 앞에도 전투기 등이 날아다닐 수 있다. 게다가 자칫 백령·연평도 앞바다 등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이 이뤄져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한덕수 국무총리가 북한의 추가 도발행위에 따라 남은 군사 합의를 중지할 수 있음을 예고하면서 서해 5도 주민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연평도에 사는 주민 중 일부는 언제든지 피난을 갈 수 있도록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쏟아진 기억이 아직도 크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 21일 오후 10시44분께 서해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하자 인천 옹진군이 10시51분께 백령면과 대청면 일대 주민들에게 긴급재난문자를 전송했다. 독자제공

연평도에 사는 김영식씨(74)는 “이번 9·19합의 일부 조항 중지로 이제 비행기 소리만 들려도 숨이 막힐 듯 하다”라며 “조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혹시라도 또 포탄이 날라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제든 육지로 대피할 수 있도록 피난에 대비한 짐을 싸뒀다”며 “꿈에서라도 북한의 해안포가 열릴까 불안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백령도에 사는 심효신씨(60)는 “지난 21일 오후 10시51분께 옹진군청에서 보낸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는 긴급재난문자의 알림에 깜짝 놀랐다”며 “재난문자가 올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관광객 감소는 이제 문제도 아니다. 당장 오늘부터 내 안전이 걱정”이라며 “이제는 육지로 피난이라도 가야할 판”이라고 착잢한 심정을 전했다.

이와 관련,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는 이날 “인천 서해 5도 주민들은 남북 군사대결로 인한 생존의 위협, 군사 안보 중심지의 기본권 침해로 인해 생활의 위협 등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서해 5도의 평화 안전핀을 제거하는 9·19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강력히 규탄하며,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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