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화장실 몰카’ 남학생 가정방문에 여교사들 보낸 학교
[KBS 제주] [앵커]
제주의 한 고등학교 여자화장실에 불법 촬영기기를 설치한 혐의로 이 학교 재학생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요.
학교 측이 여교사들에게 이 학생의 가정방문을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고민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18일, 이 학교 체육관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 휴대전화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
당시 각휴지에 있던 휴대전화를 수상하게 여긴 교사가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이튿날 이 학교 남학생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은 이 학생을 성폭력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피해자들을 특정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재학생이 자수한 뒤 일주일 뒤인 지난달 26일에 일어납니다.
학교 측에서 담임 등 여교사 2명에게 해당 학생 가정방문을 지시했는데, 가정 방문을 마친 한 교사는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을 진단받아 병가를 냈습니다.
[동료 교사/음성변조 : "입을 열지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스트레스랑 고통 속에 있었다고. (학교 측에서) 어떤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주시지 않았거든요."]
제주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들을 학교전담경찰관 동행 등의 안전 조치 없이 해당 학생의 가정 방문을 보낸 건 업무상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습니다.
또 학교와 교육청에 사과와 재발 방지 요청을 했는데도 보름이 지나도록 조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당시 해당 학생 가정방문 과정과 관련해 이번 불법 촬영 사건과는 별개라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학교 교장/음성변조 : "(해당 학생을) 학교 폭력으로 이제 조사를 해야 되고,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어려운 상황임을 담임 선생님한테 호소를 해서. 그 부분 때문에 학생부장하고 담임선생님이 간 거고요."]
한편, 해당 학생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퇴학 처분된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은 피해 교사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대책과 함께, 학교 측의 공식적인 사과도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고민주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
고민주 기자 (think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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