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졸속 조사 핵폭탄 던져” vs “현실적 해법의 첫 단계”

이정우 2023. 11. 22.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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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열렸지만… 의협·정부 갈등 격화
의협 “정부 독단적 발표” 강력 항의
“협상테이블 들러리로 생각하나”
26일 총파업·협상단 거취 논의
전공의들도 “정원확대 좌시 않을 것”
정부 “교육 가능여부 기초조사한 것
국민생명 담보로 실력행사 안돼”

“핵폭탄을 던지셨다”(양동호 의협 협상단장) VS “현실적인 해법의 첫 단계”(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대정부 협상에 대한 보이콧까지 거론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보건복지부와 일주일 만에 만났지만 불과 10분여만에 자리를 뜨면서 회의는 파행으로 끝이 났다. 지난 21일 정부가 전국 40개 의대의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의협 측과 논의없이 발표한 것을 두고 강한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의협은 조만간 의사단체 대표들과 함께 협상의 지속 여부와 파업 등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할 방침이어서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둔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복지부와 의협은 22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의료현안협의체는 의대 증원 문제와 필수·지역의료 해결책 등 의료현안을 두고 정부와 의사 단체가 논의하는 소통 채널이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의료현안협의체 보이콧을 검토하겠다던 의협은 이날 오전까지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참석을 결정했다.

양측은 냉랭한 분위기 속에 회의 시작 전부터 설전을 벌였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의장은 회의 직전 전날 정부의 수요조사 발표를 두고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에게 “핵폭탄을 던지셨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 정책관은 “진즉에 발표할 거였는데 좀 늦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양 단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의협을 필수·지역의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적 당사자로 생각하고 있는지, 마지못해 협상테이블에 앉힌 들러리에 불과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회의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제 발표는 과학적 근거 없는 정부의 독단적이고 졸속 수요조사 발표”라며 “의협을 협상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의료계는 최후수단을 동반한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고 지역필수의료 붕괴와 국민 피해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게 있다고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정책관은 “의사 부족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의 첫단계로 의대로부터 현재의 교육자원을 활용해 어느 정도의 의학 교육이 가능한지 등을 기초 조사한 것”이라며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황에서 벌써부터 의료계에서는 총파업과 강경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계셔서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진료실과 응급실, 또 수술실에서 나와 가족의 생명을 믿고 맡겼던 의사들이 언제 다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실력 행사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걱정하시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모두발언이 끝난 뒤 양측은 10여 만에 회의를 마쳤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필수의료 분야의 낮은 수가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무런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양 단장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조사나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걸 국민들에게 알려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정책관은 “의대정원 확대뿐만 아니고 필수의료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게 하기 위해서 정책 패키지를 논의해 나가던 중에 오늘 회의가 충분한 논의 없이 종료된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오는 26일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어 협상단의 거취 문제와 함께 총파업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인턴, 레지던트 등의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정부의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대전협이 이번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협은 “복지부는 2020년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해 의협과 의정 협의체에서 협의하기로 합의했으나 사실상 의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하고 있다”며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사회는 회원 100여명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차 휴진 투쟁을 열고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경기도의사회는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의협 차원의 대처와는 별도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 이어 두 번째 집회다.

이정우·이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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