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 자리 뜬 김용원 인권위원···송두환 위원장 “퇴정, 상식에 반하는 행동”
국가인권위원회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군인권보호관인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상임위원회 도중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향해 “상식을 벗어났다”며 퇴정했고, 송 위원장은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김 상임위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22일 열린 2023년 제34차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 상임위원은 지난 16일 시민단체·법조계 인사들이 인권위 배움터에 모여 토론회를 연 것을 두고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의 반인권 차별행위라는 제목으로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토론회를 열도록 인권위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상식을 벗어났다”며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송 위원장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발 송 위원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운영돼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상임위원은 인권위 직원들이 외부 강의를 나갈 때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제도도 문제삼았다. 그는 “군 인권 교육 강의 출강에 대한 사전 승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인권위 행동강령은 상임위원에게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래전부터 인권위 운영이 관련 법령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자 송 위원장은 “지난 회의에서 같은 취지로 말해서 장시간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응수했고, 김 상임위원은 “장시간 이야기할 필요 없는 것을 시간 끌기로 (했다)”고 맞받았다. 송 위원장이 “딱 한 마디만 하겠다”고 하자 김 상임위원은 “강의 출발 시간 때문에 이석하겠다”며 자리를 떴다. 결국 김 위원은 회의 시작 40여분 만에 퇴정했다.
김 상임위원이 회의장을 떠난 뒤 송 위원장은 “일방적으로 퇴장한다는 것은 일반적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도 있을 수 없다”며 “인권위 상임위원 자격, 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일체 인정할 수 없는 상식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또 “배움터에서 있었던 논의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스러울 수 있겠지만 인권위 규정에 따라 심사 없이 공간을 내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편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소리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고 아니면 반론의 기회도 열려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이 여러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회의 석상에서 여러 불만을 토설하고 퇴장해버리는 행태가 몹시 유감스럽다”며 회의를 종료했다.
김 상임위원과 송 위원장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운영위의 인권위 국정감사에서도 날선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김 상임위원은 지난 8월1일 이후 3개월간 침해구제소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지적하자 “직무유기가 아니다. 직무유기라고 한다면 옆에 있는 송두환 위원장이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상임위원은 지난 8월 1소위 위원장으로서 ‘수요시위를 보호해달라’는 정의기억연대 진정을 김수정 위원 반대에도 기각 결정했다. 인권위법 제13조(회의 의사 및 의결정족수) 제2항은 ‘소위원회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김수정 위원은 김 상임위원을 찾아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 사건에 대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후 인권위 사무처에도 같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상임위원은 지난 9월 입장문을 냈는데, 이에 인권위가 다시 반박성 보도자료를 추가로 배포해 논란이 커졌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해당 조사부서 국·과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송 위원장에게 요구했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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