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북한 군사정찰위성, 궤도 진입”…정상 운용 여부는 두고 봐야
신원식, 위성 사진 찍었다는 북한 보도는 “과장된 것”
위성 초기 운용·지상 교신 등 과제…카메라 해상도 관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가 성공했다고 발표한 북한이 위성으로 미군 기지를 촬영했다고 22일 주장했다. 군은 위성체가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위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정찰위성을 쏜 지 약 3시간 만인 이날 새벽 “천리마 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 비행”했다며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에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22일 오전 9시21분에 수신한 태평양 지역 괌 상공에서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 우주 사진들을 보시였다”고 보도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늦은 오후 “비행 항적 정보와 여러 가지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위성체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유관 기관 및 한·미 공조 하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여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북한이 위성 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밝혔다. 신 장관은 이날 오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성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더라도 정상적인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면서 “위성 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으면 (위성을 쏜) 첫날 괌 미군 기지 사진을 찍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 것)”고 주장했다. 신 장관은 북한 위성체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빠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주까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이 발사한 위성은 고도 500㎞ 안팎의 저궤도 위성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만리경 1호를 약 500㎞ 고도로 쏘아올려 태양동기궤도를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공위성 궤도는 저궤도와 중궤도(1500~2만㎞), 정지궤도(3만5000㎞) 등으로 구분되는데 북한의 발사체·위성 기술 수준으로 중궤도 이상을 쏘아올리기는 쉽지 않다.
북한 위성체 만리경 1호는 일단 이 궤도에 안착했지만 이번 발사가 성공으로 평가되기까지는 초기 운용 단계를 비롯해 많은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장영근 교수는 “(위성이) 초기 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해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해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위성에 달린 카메라의 해상도가 위성 기술의 핵심이다. 지난 5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처음 발사했다가 실패한 뒤 군은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잔해 일부를 수거해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해상도가 1m는 돼야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 정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이 당시 “정찰위성으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사한 위성도 과거와 같은 기술 수준의 위성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고도 기술이 집약된 위성체까지 지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있었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실물에 적용해 발사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장영근 교수는 “(북·러 군사협력이 본격화한) 최근 두 달 내에 위성 기술 또는 위성 관련 하드웨어를 지원받아 해상도를 증진한 위성을 다시 제작, 조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가 하드웨어를 전달하고 북한이 이를 반영할 시간은 부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북한이 카메라 영상을 성공적으로 교신 받는다고 해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만리경 1호를 실어나른 발사체 천리마 1형의 경우 1·2차 발사와 비교해 기술적 진전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천리마 1형은 액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의 백두산혁명엔진을 활용한 것으로 보였는데 이번에는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의 1단을 차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단 로켓의 추력을 강화했다는 뜻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2차 발사에서는 (노즐이 두 개 달린) 화성-15형의 백두산혁명엔진을 그대로 활용해 외부형상만 바꾼 발사체를 사용했다”면서 “이번 발사체의 1단은 노즐이 최소 4개 이상 장착돼 화성-17형의 1단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 연구위원은 발사체 역시 시간상 러시아가 직접적으로 하드웨어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러시아 기술진의 조언으로 북한이 화성-17형의 1단을 위성 발사에 맞게 개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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