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막탄 터뜨리고 불까지 붙였다... 유럽 최빈국 의회서 벌어진 일
연막탄이 터지고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등 마치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 의회다. 국민을 위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자리에서 이 같은 모습이 펼쳐진 건 현지 야당 의원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들은 내년 예산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이런 막무가내식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2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 경비원들이 집권당인 사회당 소속 에디 라마 총리에 대한 접근을 막자, 의사당 중앙에 의자를 쌓은 뒤 주변에서 빨간색, 녹색, 보라색 3가지 색깔의 연막탄을 터뜨렸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현장은 연막탄 연기로 가득했고 한 의원은 책상 위에 불을 붙였다.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치솟자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야당 의원들은 라마 총리 내각에 불만을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라마 총리가 야당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난리 속에서도 라마 총리 내각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불과 5분도 안 돼 1차 투표를 통과했다. 야권의 지도자격인 살리 베이샤 전 총리는 언론에 “우리의 목표는 다원주의 의회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베리샤 전 총리는 총리 재임 시절인 2005∼2009년 사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토지 사유화 과정에 부당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달 사위와 함께 기소됐다. 사위는 체포되고, 베리샤 전 총리는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 다만 그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소동 이후 라마 총리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야당을 비판했다. 라마 총리는 “그들(야당)이 길거리 언어와 매너를 정치판에 가져왔다”며 “의회 한가운데에 분쟁과 혼돈, 그리고 폭력의 씨를 뿌렸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이미 종말에 이르렀다”며 “우리의 목표는 야당이 침몰한 배의 잔해처럼 부서져 물 위에 산산조각으로 떠오를 때까지 그들을 막을 정의를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3년 첫 집권한 라마 총리는 2021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3연임에 성공했다.
한편 알바니아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사이 발칸반도에 자리 잡은 국가로, 우리나라 강원·경기도를 합한 규모의 국토 면적(약 2.9만㎢)에 인구는 287만명인 소국이다. 공산 체제였다가 1990년대 초 민주화와 함께 시장경제로 전환됐다.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 소득이 5215달러(약 670만원)에 불과한 유럽 최빈국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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