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정찰기, 군사분계선 인근 작전 가능… ‘눈에는 눈’ 맞불 [9·19 합의 효력 정지]

박수찬 2023. 11. 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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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속전속결’ 조치
후방에 한정됐던 활동 범위 확대
정찰 작전·비행 훈련 모두 정상화
주한미군 RC-12X 등도 비행 가능
北, NLL 포사격 등 군사대응 우려
핵실험·ICBM 발사 고강도 도발 땐
국방부, 다른 효력 정지 더 풀 듯
정부가 22일 전날 이뤄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이유로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일부 효력 정지를 최종 결정했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군사정찰에 대한 제약이 사라졌다. 발사 직후 12시간 만에 효력 정지가 속전속결로 이뤄진 것은 정부가 북한의 행보를 그만큼 무겁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9·19 합의에서 효력 정지가 적용되는 항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尹, 英서 긴급 NSC 주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숙소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찰 족쇄’ 풀렸다

정부가 이날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9·19 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것이다. 이는 군사분계선(MDL) 주변 일정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정익 항공기는 동부지역에선 MDL로부터 40㎞, 서부지역은 20㎞까지 비행금지구역이다. 헬리콥터 같은 회전익 항공기는 MDL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로 각각 제한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제약을 받은 것이 바로 무인정찰기(UAV)다. RF-16과 백두 정찰기는 비행금지구역에 관계없이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 반면 육군이 운용하는 군단·사단·대대급 무인정찰기는 대북 정찰에 제약이 많았다. 군단급 무인정찰기 RQ-101은 주간에는 감시 범위가 20㎞이지만, 열영상 장비를 쓰면 10㎞ 수준으로 감소한다. 사단급 무인정찰기는 탐지 거리가 25㎞이지만, 피아 식별을 하려면 훨씬 가깝게 접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대급 무인정찰기는 탐지 거리가 훨씬 더 짧다. 산악 지형이 많은 동부전선에선 무인정찰기가 근접비행을 해야 MDL 북쪽을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금지구역 밖에서도 정찰을 할 수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진다. 군 관계자는 “(합의에 따라) 무인기가 (휴전선에서) 더 내려와 비행하면 산에 의한 차폐지역이 늘고, 적시성이 떨어진다”며 “가까이서 보는 것과 멀리서 보는 건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9·19 합의에서 비행금지구역 조항의 효력이 정지되면 MDL 일대 무인정찰기는 남방한계선 인근까지 북상할 수 있다. 정찰작전과 비행훈련이 모두 정상화한다.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RC-12X 등의 정찰자산도 MDL 일대 비행이 가능해진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단, 사단급 무인정찰기가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후방에서 작전해야 했다”며 “앞으로는 이들 무인기가 전진해서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정찰자산은 9·19 합의상 비행금지구역 때문에 가진 능력도 사용할 수 없었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북한은 원래 없던 능력도 만들어서 강화하겠다고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일단 비행금지구역을 해제해 감시정찰 활동을 기존과 같이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행보 따라 효력 정지 추가될 듯

정부와 군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맞춰 공중 정찰 능력에 대한 제약을 해제한 것은 ‘행동 대 행동’에 따른 비례성의 원칙이 적용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이 우리 측의 9·19 합의 일부 효력 정지 조치에 반발해 군사적 대응을 감행하면, 그에 맞춰 9·19 합의 가운데 효력 정지 대상에 포함되는 항목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휴전선과 가까운 곳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거나 우리 측을 향해 국지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동·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포사격 훈련, 경비정의 NLL 침범과 같은 해상 도발과 더불어 무인기를 침투시킬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전방 지역에서의 훈련 제약이 해제되거나 비무장지대(DMZ) 수색 강화 등의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합의서 항목에 대한 효력 정지의 폭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9·19 합의에는 감시·정찰 제한 외에도 많은 조항이 있다. 정부는 앞으로 다른 조항의 효력 정지 여부도 계속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여러 고려 요소를 검토해서 (다른 조항 효력 정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이번 효력 정지와 무관하게 북한이 원하는 시기와 방법으로 위협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 태세를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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