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통한 찰스3세·尹… 윤동주詩 읊자 세익스피어로 화답

김미경 2023. 11. 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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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런던 버킹엄궁서 국빈 만찬
포럼에 이재용 등 200여명 참석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윤석열 대통령이 '문학'으로 통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첫 국빈으로 맞이한 윤 대통령을 위해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의 한 구절을 인용했고, 윤 대통령은 '세익스피어'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장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 차림을 하고, 김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만찬은 찰스 3세 국왕의 만찬사로 문을 열었다. 찰스 3세 국왕은 먼저 영어로 "저와 저의 아내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버킹엄궁에 모시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를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윤 시인의 '바람이 불어' 구절을 영어로 말했다. 찰스 3세 국왕이 읊은 시구절은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네'다.

찰스 3세 국왕은 또 "영국에 대니 보일과 제임스 본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와 오징어 게임이 있고, 비틀스의 렛잇비가 있다면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를 이어받아 "존경하는 국왕님, 대관식 이후 영국 방문하는 최초의 국빈으로 저희 부부와 대표단을 초청해주시고 이렇게 성대한 만찬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아울러 "이 모든 준비와 환대는 영국이 한국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국왕님의 깊은 인자함과 소탈함, 그리고 기후환경,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 정신건강 등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 영국 국민과 세계인들은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한영 외교관계가 140주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치 않는 단단한 우정을 쌓아왔다고 평가하면서 6·25전쟁에 영국이 8만1000여 명의 병사들을 파견한 것에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찰스 3세 국왕이 양국의 문화를 부각한 것과 같이 윤 대통령 역시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 대통령은 세익스피어 소네트 104번의 "영국 나의 벗이여, 당신은 결코 늙지 않으리"를 인용하면서 "국왕 내외분의 건강, 한영 관계의 새로운 미래,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라고 건배를 제의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 방영 3일 차인 22일(현지시간)에는 한국경제인협회와 영국 기업통상부 공동주최로 열린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전략적 통상 파트너인 영국과의 비즈니스 기회 창출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는 윤 대통령과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 70여명 등 양국 기업인 200여명이 함께 했으며 △인프라 제3국 투자협력 △청정에너지 △글로벌 공급망 확대 △원전·방산 △벤처캐피탈 등의 분야에서 총 31건의 협력 MOU를 맺었다. 계약 체결은 △경동나비엔 △효성중공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약 2700억원 규모다.

윤 대통령은 이어 영국 왕립학회에서 개최된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 미래포럼'에 참석해 인류 공영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고, 과학기술 분야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연설했다.

영국 왕립학회는 뉴턴, 다윈, 아인슈타인 등 세계의 역사를 바꾼 과학자들이 활동한 곳이다.

윤 대통령은 또 이날 수낙 총리와의 한영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인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 '다우닝가(街) 합의'(DSA·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하고, 안보, 국방뿐 아니라 과학기술, 공급망 확보, 에너지연대 등 경제 분야까지 협력의 지평을 포괄적으로 넓혀 가기로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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