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결혼·교제’ 빌미로 돈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2차 사기까지
[앵커]
SNS로 접근해서 호감을 표시하고 재력을 과시한 뒤 돈을 가로채는 수법, 로맨스 스캠이죠.
이런 로맨스 스캠은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의사 행세를 하면서 여성들과 결혼식도 올리고 상견례도 한 남성이, 알고 보니 유부남이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사회부 이도윤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이 남성이 어떻게 피해자에 접근한 겁니까?
[기자]
네, 이 40대 남성은 외고와 의대를 나와서 경제학 석박사를 딴 뒤 지금은 자산운용사를 운영한다, 이렇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또 이런 이력과 재력을 주변에 과시했는데요.
영상에 보이는 것처럼 돈다발, 수표 다발을 자랑했고요.
자기 집이라면서 투자자들을 고급 아파트로 부르고, 평소엔 스포츠카를 몰고 다녔습니다.
의사 가운과 청진기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고요.
의사협회 연수를 간다면서 늘 바쁜 모습을 보였는데, 뭐라고 했는지 들어보시겠습니다.
[이OO/사기 피의자/음성변조 : "(연수가) 어제랑 그제 다녀오고 오후에 끝났어요. 시험도 봐요. 의료법 바뀐 것들이나 이런 게 있어 가지고..."]
[앵커]
의심하기 쉽지 않았겠습니다.
특히나 '결혼'을 빌미로 돈을 가로챘다고요.
[기자]
네, 이 씨는 미혼의 여성이나, 그런 딸이 있는 투자자를 골라서 결혼시켜달라면서 접근했는데요.
피해자들은 가족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까 투자금도 자연스럽게 늘렸다고 합니다.
저희가 만난 피해자도 이 씨에게 딸을 소개 시켜줬고, 총 5억 6천만 원을 투자했거든요.
그런데 돈이 안 돌아오니까 이 씨 집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이 씨가 유부남에 아이 다섯 아빠인 걸 알게 된 거죠.
또 알고 보니, 경제학 박사도, 의사도 아니었고요. 피해자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이 씨가) 저는 어머니를 반 장모로 생각합니다(라고)... 애 둘을 데리고 나오는데... (저는) 자식에 피해 준 엄마잖아요. 정말 용서해줄 수가 없어요."]
[앵커]
같은 피의자한테서 비슷한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가 더 있다고요?
[기자]
네, 일부 피해자들은 돈만 뺏긴 게 아니었습니다.
이 씨와 상견례를 한 뒤 돈 9억 원을 건넨 여성도 있고요.
이 씨와 결혼식을 올린 전문직 여성도 있습니다.
예물 같은 것도 피해자 쪽에서 많이 준비했는데, 이 피해자는 사실혼 파기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이런 사기 행각은 현재 아내와의 결혼생활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고요.
[앵커]
이런 로맨스 스캠 사기, 계속해서 기승인데, 피해자들이 2차 피해에도 시달린다고요?
[기자]
네, 로맨스스캠 사기가 늘어나다 보니까 인터넷에 피해 후기를 올리거나 해결책을 묻는 분들도 많은데요.
이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서 또 돈을 받아내는, 2차 사기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잃은 돈을 받아주겠다'고 하면서 수천만 원대 수수료를 요구한 다음 잠적하는 건데요.
지금도 인터넷에선 '피해 회복이 절실하면 문의 달라'라는 홍보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절박한 피해자들 심리를 이용하는 겁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찾아주겠다'면서 수수료를 받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아서 검거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피해자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사기 피해자/음성변조 : "워낙에 원금 투자했던 돈이 크기 때문에 그걸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거죠. 자기가 요구하는 계좌에 입금을 해 줘야지 돈을 받을 수 있다…"]
[앵커]
결혼, 교제를 빌미로 사기를 치면 피해자들이 더 피폐해지겠는데요.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여성과 결혼할 것처럼 속이고 여성을 기망한 사람을 처벌하는, 이른바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됐는데요.
결혼을 빌미로 사기 치고 기망행위를 해도, 별도 법률이 아니라 사기죄를 적용받습니다.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어서 처벌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갈취한 돈이 5억 원을 넘기면 특경법을 적용 받아서, 처벌이 더 셉니다.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 결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 씨도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상태로 넘겨졌는데요.
지금까지 확인되는 피해자는 서른 명, 피해액수는 35억 원에 달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도윤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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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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