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나흘간 휴전 성사…인질 50명·수감자 150명 맞교환(종합3보)
개전 46일만 어린이·여성 석방…가자지구 대규모 인도적 지원 허용
국제사회 '완전 휴전' 압박 커질 듯…네타냐후 "목표 위해 전쟁 계속"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이 22일(현지시간)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약 50명을 돌려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마스와 나흘간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46일 만에 일시적 휴전이 성사됐다.
이스라엘은 일시 휴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전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전체 각료회의 투표를 통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카타르가 중재한 인질 석방과 일시 휴전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구체적인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포함한 극우정당 오츠마 예후디트 소속 각료 3명만 반대표를 던졌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약 50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을 휴전 나흘간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상 소식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 인질 석방이 2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단계로 아동 30명과 이들의 엄마 8명, 그리고 다른 여성 12명이 나흘간의 휴전 기간 우선 석방되고 첫 그룹은 이르면 23일에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휴전을 하루씩 연장하는 일종의 '인센티브 방식'의 휴전 연장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은 향후 24시간 내에 하마스 측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정부 관리는 별도 브리핑을 통해 "석방 대상 인질 50명을 휴전 기간 하루 12∼13명씩 풀어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은 자국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여성과 미성년 수감자 150명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들은 대부분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거주자다.
다만, 이스라엘은 자국민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수감자는 석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이 엄격히 제한했던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품의 가자지구 반입을 허용키로 했다.
하마스 역시 성명을 통해 나흘간 휴전 사실을 확인하며 '인도주의적 휴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이 군용 차량의 이동을 비롯해 가자지구 전역에서의 군사 행동을 중단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약품과 연료 등 구호품을 실은 트럭 수백 대가 가자지구 진입할 수 있고 드론 비행은 가자지구 남부에서는 휴전 나흘간, 북부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 드론 비행이 중지된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서 누구도 공격하거나 체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것"이라며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간 이동의 자유도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휴전 발효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르면 23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협상 타결 이후 이행까지 이스라엘이 밟아야 할 절차 등을 포함해 24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스라엘 시간으로 최소 23일 오전은 돼야 인질 석방 등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풀려나는 인질 중 미국 국적자 여성 2명과 3세 어린이 1명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날 밤 각료회의를 열고 이번 협상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인질 전원 석방과 하마스 붕괴라는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휴전하는 것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면서 회의가 이튿날인 이날 새벽까지 6시간가량 이어졌다.
일부 극우주의 정당 소속 각료는 휴전이 전투 중인 군인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중단 없는 전투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각료들을 설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각료회의 이후 성명에서 "이스라엘군과 보안군은 모든 인질을 석방하고 하마스를 제거하는 동시에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같은 강경한 입장에도 이번 협상을 계기로 완전 휴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시 휴전이라도 전장에 머무는 이스라엘군의 전투 태세에 악영향을 미치는 반면, 수세에 몰린 하마스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마스가 50명 외에 인질을 추가 석방하면서 휴전 기간을 늘릴 경우 완전 휴전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부 인질만 우선 풀려남에 따라 인질 가족 사이에서도 분열이 일어날 수 있고 군인 가족에서도 완전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번 합의가 장기적 휴전을 위한 시작으로 해석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일시적 휴전) 기한이 정해져 있다"면서도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면 교전 중지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하마스의 추가 인질 석방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는 무장대원들을 이스라엘 남부에 침투시켜 민간인과 군인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약 240명의 인질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전면전에 돌입해 한 달 반 넘게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과 지상전을 전개했으며 최근에는 가자지구 북부 지상을 대부분 장악한 뒤 남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상전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 등 1만4천여 명이 숨지고 3만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하마스측 보건부가 집계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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