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조사 발표 후 협의체 첫 회의 파행…의협 "들러리로 이용"(종합)

강승지 기자 2023. 11. 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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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만에 퇴장…"비과학적인 수요조사 발표 '여론몰이'"
복지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논의 중 종료…매우 유감"
개편된 2기 의협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의장. 2023.11.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처음으로 열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30분 만에 파행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강행할 경우 강경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회의를 박차고 나왔다.

2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는 개최 30분 만에 의협 측 협상단의 퇴장으로 중단됐다. 협의체가 18회 열리는 동안 협상단 퇴장으로 중단된 것은 지난 1월 발족 이후 처음이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퇴장 직후 "정부의 수요조사는 '고양이에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물어보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인 수요조사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몰이를 한 데 대해 강력하게 복지부에 항의했고 의협을 협상의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로 이용하는 것에 강력한 유감 표명을 했다. 이번 주 일요일 오후 3시에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충분히 논의한 다음 앞으로 협상단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복지부가 전날(21일) 전국 40개 대학의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가 처음 만난 협의체다. 조사 결과 40개 의대의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현재 정원 3058명 대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이었다.

각 대학은 정원을 해마다 꾸준히 확대해 2030학년도 증원 폭이 2738~3953명 되기를 희망했다. 각 대학이 낸 수요는 희망 증원 규모로 복지부는 현장점검 등을 거쳐 12월 말, 늦어도 2024년 1월 초에는 2025학년도 의대 총입학정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런 발표가 나온 데 대해 의협은 이날 협의체 시작부터 유감을 표명했다. 양 의장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는 의협을 필수 지역의료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상의 당사자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며 "의협은 들러리에 불과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양 의장은 "정부의 독단적인 졸속 수요조사 결과 발표로 의료계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라면서 "정부가 그리 좋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어디에서도 의과대학 수요조사 결과를 가지고 의사 수를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 의장은 "정부가 의료계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신중한 검토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강행하려 한다면, 의료계는 최후의 수단을 동반한 강경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양 의장은 "정부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9.4 의정합의'를 무참히 파기하고, 의료계의 신뢰도 짓밟았다"면서 "향후 발생하게 될 우리나라 필수의료, 지역의료 붕괴와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2023.11.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제 막 의대 정원 증원 첫발을 뗀 상황에서 벌써 의료계에서는 총파업·강경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정 정책관은 "국민이 진료실, 응급실, 수술실에서 나와 가족의 생명을 믿고 맡겼던 의사들이 언제 다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해 실력 행사에 나설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걱정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 부족으로 진료실 문을 닫는 의료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의사 인력 확충에 대한 국민 요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면서 "한뜻으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할 정부와 의료계가 소모적 논쟁이나 반목,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우리 의료를 바로 세우기 위해 지금 당장 시급히 해야 할 의사인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는 의료인력 수급을 어떻게 체계화할지 조정 기준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기를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복지부도 이날 협의체 회의가 파행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정경실 정책관은 기자들을 만나 "필수의료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 정책 패키지를 논의해 나가던 중 18차 회의가 충분한 논의 없이 종료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현안협의체와 또 여러 협의체 등을 통해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정상화, 의대 정원 확충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면서 "의협이 이번 주말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개최하는 데 국민에게 의료인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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