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위성 내달 1일부터 임무···군, 9·19 일부 효력정지 맞불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 발사에 성공했으며, 다음 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정부는 9·19 남북군사합의 1조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로 즉각 맞대응하고 공세적 공중 감시·정찰 활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남북 ‘강대강’ 대치 국면 속에서 ‘평화 안전판’까지 하나씩 사라지면서 한반도 정세에 한파가 예고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전날 밤 10시42분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를 자인한 후 3번째 만에 성공을 공식화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공화국 무력이 만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며 핵무력을 과시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북한이 발사한 소위 ‘군사정찰위성’의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그러나 정상작동 여부 판단에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4시간여 만에 9·19 군사합의 일부조항 효력 정지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런던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고 이같은 조치를 의결·재가했다. 효력정지는 22일 오후 3시부터 시행됐다.
남측이 먼저 남북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가 체결된 2018년 이후 몇 차례 합의사항을 위반했으나 효력 정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접경지역 내 군사적 위협·충돌을 예방하는 ‘안전핀’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를 성급하게 효력정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효력정지 기간은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고 밝혔지만 상세한 기준이나 신뢰회복을 위한 계획·노력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또 남북 연락 채널이 끊긴 상태라 언론을 통한 대국민 설명으로 북한에 대한 통보를 갈음한다고 밝혔다.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는 점점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따른 최전방에서 공세적 작전을 예고했고, 독자 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 등 추가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핵(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를 방문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한·미,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계획하라”고 지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칼빈슨호 입항을 언급하며 “미제가 남조선 지역을 저들의 침략무력의 전방기지로, 핵병기창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다양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하겠다”고 예고했고, 정부는 추후 북한의 움직임에 따라 9·19 군사합의 다른 조항도 추가 효력 정지를 고려 중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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