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미혼부, 자녀 출생신고 어려워… 아이들 기본권·생존권 위협 받아"

안소현 2023. 11.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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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법 규정 헌법에 어긋난다" 헌법재판소서 결론났지만
2025년 5월까지는 출생신고 힘들어 아이들 의료서비스 등 못받아
김지환 '아빠의 품' 대표가 2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안소현 기자

미혼부 및 한부모가정 등 지원 단체 '아빠의 품' 대표 김지환 씨

"헌법소원 자체를 제가 접수했으니 (헌법불합치 결정이) 너무 감격스럽고 감사한 일이죠."

미혼부 및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단체 '아빠의 품' 대표 김지환(46·사진) 씨는 22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밝게 웃었다. 약 10년간 홀로 아이를 키우며 직접 겪은 어려움이 하나씩 해결되고 있어서다.

대한민국에서 결혼하지 않은 채 낳은 아이는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2의 규정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母)가 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아빠'는 애당초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것이다. 친모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거나, 소재를 알 수 없을 경우에만 친부의 출생신고가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이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론 내렸다.

김 대표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기대치가 50%도 안 됐었다. 도와주신 분도 많지만 정말 혼자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주장했던 게 다인데 이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좋은 판결을 이끌 수 있던 것 같다"고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미혼부들은 상당기간 고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위헌 결정이 났지만 국회가 오는 2025년 5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하기 전까지는 여전히 출생신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자녀로 태어났는데 국적을 부여받지 못하고 기본권도 침해당하는 아이들이 많다. 난민이랑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의료서비스 같은 경우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혼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어린이집이나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 아이를 24시간 지켜봐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고, 일을 구하지 못하니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악순환이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병원비를 많이 낸다거나 아이를 어딘가에 맡긴 시간만큼 돈을 내는 건 문제 되지 않지만 그 자체가 제한되면 저나 아이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라며 "아이에게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관계등록법에 대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건지, 왜 결혼 안 한 상태의 아이는 엄마가 기를 거라고 법을 제한적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의 기본권,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입법 부실을 지적했다.

그는 그간 자신이 겪은 사회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인터뷰를 많이 하던 시기에는 '네가 문란하게 살아 그렇다' '가난한데 왜 애를 낳았느냐'는 댓글도 봤다.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며 "가난하든, 아이에게 장애가 있든, 한부모나 조손가정이든, 입양됐든, 피부색이 다르든 간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즐겁고 행복하지 자라지 못하게 하는 건 사회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못 만든 어른들이 누구를 탓하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는가를 고민해 보니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는 어른이 돼야겠다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회사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단체 활동을 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라고 밝혔다.

'아빠의 품'은 미혼부만을 위한 단체가 아닌 아이들을 위한 단체라고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국적과 기본권을 찾아주는 게 목적인데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다"며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나 '이미 부모가 떨어져 사는 경우'의 아이들은 서류상 부모의 이혼도 어려워서 돌봄서비스 등을 이용하지 못할 때가 있다. 정말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과 부모가 저를 쉽게 찾으라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단체 설립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여성가족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서 관심을 두고 관련 법을 개정해 나가야 한다"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더라. 해당 부처도 몰라서 아이들이 못 들어갔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적극 해결할 수 있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관련 사례와 판례가 많아지면서 지자체나 다른 단체들도 아이들의 출생신고 관련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 가끔 지역에서 연락이 올 때가 있다"며 "올해도 도움을 받기 위해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안타까운 사연들을 돕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아빠의 품'이 자립하는 건 당연하지만 여유롭든 여유롭지 않든,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을 때까지 성장하는 게 목적이다. 성공하고 돈 많아졌을 때가 아닌 언제든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한부모가정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소현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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