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발사에 南 '9·19합의' 효력 정지… 강대강 대치

노민호 기자 박응진 기자 이창규 기자 2023. 11. 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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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면 무효화' 선언 배제 못해… 전술적 도발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노민호 박응진 이창규 기자 = 정부가 한때 남북한 간의 무력충돌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란 평가를 받았던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 중 일부 내용의 효력을 22일 오후 3시부로 정지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날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자, 그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내용을 담은 9·19합의 제1조3항에 대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이번 조치를 이유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점에서 앞으로 남북한 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더 고조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 정부는 앞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예고된 이후 그 중단을 촉구하며 9·19합의의 효력 정지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대남 정찰·감시역량 강화에 그 주목적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북한의 위성 발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는 기본적으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 또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맞서 9·19합의 이후 제한돼왔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전면 복원'하기 위해 이날 1조3항의 효력을 "남북 간 신뢰가 정착될 때까지" 정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작성된 9·19군사합의의 1조3항은 같은 해 11월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인근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항공기 비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엔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MDL을 기준으로 동부지역(MDL 표식물 제646~1292호 구간)은 40㎞, 서부지역(MDL 표식물 제1~646호 구간)은 20㎞ 내 비행이 금지됐다. 또 헬기 등 회전익 항공기는 MDL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 15㎞ 및 서부 10㎞ 내에선 비행할 수 없었다. 기구도 MDL로부터 25㎞ 거리까지가 비행금지구역이었다.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관련 국방부 조치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병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2023.11.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 조항을 두곤 합의 당시부터 '북한군의 정찰·감시역량이 우리 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이유로 결과적으로 '우리에겐 득이 될 게 없다'는 등의 불만이 군 내부로부터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9·19합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9·19합의 이후 5년간 최소 3600여차례에 걸쳐 9·19합의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북한이 명시적으로 이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에 9·19합의에 따른 '해상 완충구역'을 향한 포격을 감행, 우리 측으로부터 '9·19합의 위반'이란 지적을 받았을 땐 우리 군과 주한미군 전력의 '정상적 훈련'을 문제삼아 자신들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측의 이번 9·19합의 1조3항 효력 정지 조치 이후 "북한이 9·19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MDL 일대의 모든 군사연습을 중단하기로 한 1조2항 내용을 의식해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합의 무효'를 통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또한 우리 측의 9·19합의 1조3항 효력 정지 결정과 관련해 "북한이 시위성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반발하기 좋은 명분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며 "9·19합의의 다른 내용 또한 '지킬 용의가 없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 위원은 북한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화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구 △해상완충구역 진입 등 9·19합의 '파기'에 해당하는 행동들을 차례로 이어가는 식으로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9·19합의 파기보다 전술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은 과거부터 9·19합의를 지키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의 '효력 정지'에 시비 걸 명분이 없다"며 "다만 북한은 이번 9·19합의 효력 정지를 구실로 삼아 군사적 긴장 고조와 도발을 이어가며 그 책임을 우리에 전가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15년 DMZ 내 목함지뢰 도발이나 작년 말 무인기 도발과 같은 형태의 도발을 일삼을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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