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돌아온 ‘챗GPT 아버지’…또 드러난 해묵은 갈등

허효진 2023. 11. 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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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출시된 이후 전 세계적인 열풍이 불었습니다.
올해의 단어로 영국 콜린스 사전이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을, 케임브리지 사전이 AI의 영향을 반영한 '환각(Hallucinate)'을 선정했을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챗 GPT'의 아버지이자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급작스레 해임됐다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불거진 파장과 과제를 짚어봅니다.

■'챗GPT 아버지' 올트먼 해임 닷새 만에 오픈AI 복귀

샘 올트먼 오픈 AI CEO의 해임은 갑작스러웠고, 복귀 또한 극적이었습니다.

APEC CEO 서밋에 참가했던 올트먼은 현지 시간 17일, 이사회의 해임 통보를 받습니다. 함께 잘린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이사회 의장에 따르면 이사회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은 게 16일 밤, 이사회가 열린 게 17일 정오 무렵입니다.

오픈AI는 성명을 통해 "이사회는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신중한 검토 과정을 거쳐 올트먼이 지속해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베일에 가려져 온갖 추측을 낳았습니다.

올트먼 해임은 직원들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전체 직원의 90%에 달하는 700여 명은 연판장을 돌리며 올트먼의 복귀와 이사회 4명 전원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이사회가 사임하지 않을 경우 올트먼 전 CEO를 따라 회사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AI 투자자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픈AI의 투자사인 스라이브캐피털, 코슬라 벤처스,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가 투자금을 지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올트먼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샘 올트먼이 오늘(22일) 오픈AI 복귀 소식을 알리는 X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출처: X)


해임 소식 닷새 만에 샘 올트먼은 다시 오픈AI CEO로 복귀했습니다. 오픈AI는 현지 시간 22일, 새 이사회 멤버인 브렛 테일러, 래리 서머스, 애덤 단젤로와 올트먼의 CEO 복귀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트먼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오픈AI 복귀와 MS와 공고한 협력관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출처: AFP통신)


■최대 주주 MS의 복잡한 속내

오픈 AI의 최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올트먼의 해임 소식을 뉴스가 나오기 1분 전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MS는 올트먼이 CEO 때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해 총 13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오픈AI 지분 49%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샘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전 오픈AI 이사회 의장이자 공동창업자)이 동료들과 함께 MS에 합류해 새로운 AI 연구팀을 이끌게 된다는 소식을 공유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올트먼도 자신의 엑스 계정에 나델라 CEO의 게시글을 리트윗하며 "임무는 계속된다"고 썼습니다.

다만 나델라 CEO는 올트먼의 오픈AI 복귀에 대해 열려 있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나델라는 CNBC 방송, 블룸버그TV 등과의 인터뷰에서 올트먼이 MS에 합류하든 아니면 오픈AI로 복귀하든 결국 "MS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올트먼의 합류 소식에 MS 주가는 사상 최고를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MS는 현지 시간 20일, 전 거래일 대비 2.05% 상승한 주당 377.44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로써 회사의 시가총액은 2조 8,000억 달러를 돌파해 3조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올트먼이 다시 복귀함에 따라 MS는 최대 주주로서 오픈AI의 지배 구조를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픈AI 이사회 규모를 현행 6명에서 더 늘리고, 이사회 구성원들의 경험치 기준을 더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MS가 오픈AI 이사회 결정에 거부권을 갖거나 최소한 미리 공지를 받는 권한을 갖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올트먼 사태에서도 드러난 AI '해묵은 갈등'

이렇게 올트먼 해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해임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남습니다. 이사회 성명으로 유추해 보건데 올트먼과 이사회 간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AI의 위험성에 대한 견해차가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올트먼과 이사회 사이에서 AI 안전성, 기술 개발 속도, 사업화 등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올트먼 해임을 주도했던 일리야 수츠케버와의 충돌이 눈에 띕니다. 수츠케버는 지난 7월 '초지능' AI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팀을 사내에 만들었지만 수츠케버의 책임 범위가 축소됐고, 이를 두고 진작 올트먼과의 불화설이 피어올랐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수츠케버가 올트먼이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수츠케버와 함께 올트먼 해임을 주도한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들은 AI 위험성을 경고한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비영리단체로 시작한 오픈AI의 출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오픈AI는 "AI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는 슬로건 아래 만들어진 비영리법인입니다. 영리를 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픈AI는 영리법인인 자회사를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해 왔습니다. 올트먼이 수익을 내기 위해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오픈AI의 원래 목적인 신뢰성 확보를 중시한 이사회와의 갈등이 표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AI의 개발이냐, 균형이냐의 문제와도 같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AI가 가장 큰 사업 기회라고 믿는 사람들과 빠른 기술 발전은 위험하다고 믿는 사람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주목받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AI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 철학적 운동이 어떻게 테크 문화의 피할 수 없는 일부분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올트먼 사태로 AI 위험성을 둘러싼 업계 내 시각 차와 사업성 여부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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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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