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총성 멈추지만···이스라엘 "하마스 제거 전쟁 계속"

김태영 기자 2023. 11.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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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첫 임시휴전 합의]
23일부터 나흘간 휴전···가자지구 인질 50명 풀어주기로
이스라엘은 자국 내 수감 팔레스타인인 150명 석방
FT "가장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미국 압박 효과
하지만 휴전 지속될지는 미지수···이 "전쟁 계속할 것"
팔레스타인인들이 21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 도착한 구호물자 트럭에서 식수를 배급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2일 4일 동안 휴전하고 각각 수감자 150명과 인질 50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신화연합뉴스
[서울경제]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4일 동안 전투를 멈추고 가자지구 내 인질 50여 명을 석방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침입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일시적으로나마 전면 휴전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압박이 비로소 유의미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평화적 움직임이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는 데다 하마스로서도 파격적인 인질 석방에 나설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 휴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외교적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 각료회의가 22일 새벽(현지 시간) 일시 휴전 합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하마스는 교전이 중지되는 4일간 가자지구에 있는 어린이와 여성 인질을 하루에 10여 명씩 단계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추가로 인질 10명을 석방할 때마다 휴전 기간이 하루씩 연장된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 자국이 구금 중인 70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 가운데 최대 150명의 여성과 아동을 풀어줄 계획이다. 아울러 가자지구에 연료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유입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휴전 기간에 가자지구 전역에서 누구도 공격하거나 체포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측의 인질 석방은 23일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마스 고위 간부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이날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임시 휴전 협정이 내일(23일) 오전 10시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하루 몇 시간 정도 가자지구 공격을 멈춘 적은 있지만 전면 휴전에 나서는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납치해갔다. 이에 이스라엘은 전면전을 선언하고 현재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을 이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자지구의 민간인 1만 4000여 명이 숨지고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자 이웃 국가인 카타르는 미국·이집트의 도움을 받아 약 5주 동안 휴전 협상을 중재했다. 결국 합의가 나온 데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쟁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평했다.

특히 협상 타결에는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인질 석방 없는 대규모 교전 중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다. 하마스가 휴전 기간 동안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시적 교전 중단과 인질 석방을 연계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하면서 “이번 합의는 분쟁을 장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압박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달 15일 가자지구의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병원’을 급습해 협상이 일시 중단됐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과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전화 통화가 논의 재개의 물꼬를 텄다고 NYT는 전했다. 3세 여아를 포함한 미국인 3명이 석방 대상에 포함될 예정인 점도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내세울 만한 성과다.

국제사회의 기대와 시선은 휴전의 지속 및 재개 가능성에 집중돼 있다. 이번 석방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가자지구에는 200여 명의 이스라엘인과 외국인들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을 주도한 무함마드 알 쿨라이피 카타르 외무 담당 정무장관은 “(이번 합의가) 더 큰 합의와 영구적인 휴전을 위한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그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강조했다. 나흘로 합의된 휴전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브리핑에서 “이 합의는 인질 전원의 석방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각료회의 이후 성명에서 “(우리는) 하마스를 제거하는 동시에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국가를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이스라엘은 일시 휴전이 끝나면 가자지구 북부에 집중된 전선을 남부로 확장해 하마스 지도부 소탕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극우파를 중심으로 현재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을 석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거센 점도 변수다.

하마스로서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을 대규모로 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안보 분석가들을 인용해 “하마스가 인질을 모두 석방할 경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더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며 “(가자지구에 있는) 나머지 이스라엘 국민들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휴전 연장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앞으로 더욱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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