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못해" 파행에 성명서도 줄줄이…의대 수요조사 발표 일파만파
"온 나라가 혼란과 갈등…14만 의사들, 강력 투쟁"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가 나온 뒤로 의사들의 반발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이번 수요조사 발표 이후 이틀 동안 의사단체들이 연이어 입장문을 내면서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결과 발표 후 처음 열린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협의체) 회의는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제대로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채 30분 만에 파행에 이르렀다. 정부와 의사단체들이 대립각을 세워왔던 적은 수차례 있어왔지만 이처럼 의사단체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적은 처음이어서 파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협의체에서 2기 의협 협상단장을 맡은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왜 첫 회의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핵폭탄을 날렸느냐"며 "국민 건강을 위해 '0'이라는 숫자에서 진지하게 다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보기로 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얼토당토않은 수요조사 발표를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후 최후의 수단으로 강경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회의장을 떠난 양 의장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우리 의협을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들러리로 이용하는 것처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 표명을 했다"며 오는 26일 있을 의협 대표자 회의에서 총파업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 '미래 의료수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필요인력 수급 추계'를 강조해왔지만 그들이 부르짖는 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며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2025학년도 입시에 대한 전국 40개 대학들의 증원 희망 폭은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들 대학에 2025~2030년 6개 학년도에 희망하는 의대 증원 폭을 최소치와 최대치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각 대학은 2026학년도 2288~3057명, 2027학년도 2449~3419명, 2028학년도 2649~3696명, 2029학년도 2719~3882명, 2030학년도 2738~3953명으로 정원을 해마다 늘리는 것을 제시했다.
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수요 조사에 증원을 요청한 의과대학에도 유감을 표하면서 "의학 교육이란 강의실만 키우고 의자만 하나 더 놓는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40개 의과대학이 적절한 교육 환경을 마련할 의지는 있는 것인지부터 의문이고, 학장들의 수요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인 의대생들의 의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 의료 등 의대 정원보다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현장은 이미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터무니없는 근거를 토대로 독단적인 결정을 강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번 수요조사는 의대정원 확대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진행한 것이라며 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지방 소멸위기가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판국에 해마다 3000명씩 늘어나는 의사가 부족해서 더 뽑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의사가 수도권에 너무 많이 몰려 있고 필수의료 부문과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니, 의사를 늘리면 '낙수 효과'로 필수의료와 지방으로 갈 것이라는 낭설은 입증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대의원회도 별도로 성명서를 내고 의대정원 확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의원회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빠진 탁상공론식 포퓰리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인다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전날 복지부가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졸속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협의회는 "신중하고도 과학적으로 진행돼야 할 수요조사는 정치적으로 변질됐고 조사된 의대정원의 수치는 부르는 게 값이 되는 투전판이 됐다"며 "수요조사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은 온데간데없고 온 나라가 혼란과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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