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마진이야”…주류세 축소 논의에도 ‘시큰둥’, 왜?
출고가 낮아져도 도매상·식당 마진 붙어
“술값에 자영업자 생존권 달려” 우려도
22일 정부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국산 증류주(희석식·증류식 소주, 위스키 등)의 세금 부과 기준에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하고자 검토하고 있다. 생산 원가(출고가)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의 금액을 차감한 뒤 이를 과세표준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현재 당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준판매비율은 30~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9일 출고가 6.95% 인상이 이뤄진 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360㎖) 제품을 예로 들 경우, 기준판매비율 40%가 경감되면 현 출고가(1247원)가 기존의 1100원 이하로 다시 내려간다.
이 경우 하이트진로가 생산 원가를 소폭 인상하기는 했으나, 시중에 공급될 때는 사실상 인상 전과 차이가 없게 되는 셈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세 부담이 줄어든 한도 내에서 출고가를 인하하는 것이기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기준판매비율 제도가 도입되면 마트나 대형할인점 등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소주의 가격은 일부 인하될 수 있지만, 일반음식점이나 주점 등 업소용 제품의 가격은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 외식업계의 전통적인 유통구조 상 붙는 마진율이 높은 까닭이다.
통상적으로 업소용 소주가 공장에서 출고되면 지역별 도매업체를 거친 뒤 식당을 비롯한 각 영업장에 공급된다. 주류기업들이 전국의 모든 일반음식점과 주점에 직접 납품할 수 없는 데다 지역별로 술을 보관할 거점은 물론, 교환·환불을 도맡아줄 역할이 필요해서다.
납품가가 오르면서 자연스레 식당가에도 그 파장이 미친 상황이다. 식당들은 대개 소주 등 주류에 200~330% 상당의 마진을 붙인다. 고기류와 채소류, 장류 등 주메뉴의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마다 발생한 손실분을 메꾸고,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위해 수익을 내고자 함이다.
공장에서 약 1250원에 출고된 뒤 비싸게 잡아도 1800원 안팎에 납품되는 소주가 식당에서 6000~7000원에 판매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소주가 대체로 가정용보다 업소용으로 판매되는 물량이 더 많기에 소비자들이 주세 개편안을 체감하기엔 어렵단 지적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준판매비율 제도가 도입되면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100~200원 정도 가격이 내려갈 수 있지만, 식당가의 가격은 말 그대로 ‘사장님 마음대로’이기에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출고가 인상 폭이 100원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제조사에서 식당가로 향하고 있지만, 제조사들도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며 “어쨌든 식당에서도 많이 팔려야 제조사들도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외식업계에서는 주류 출고가 인상과 소비자들의 반발이 맞물리면서 식당들의 부담이 늘어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음식·안주류에서는 원체 수익이 나지 않아 주류 매출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도매상들이 납품가를 올렸음에도 술값을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음식업 장사는 개인사업자와 기업들 모두 5~10% 정도 마진을 잡는 편”이라며 “음식점이 주류 판매로 수익을 내는 비정상적인 구조가 정상처럼 자리 잡은 건 분명 문제지만, (술값은) 자영업자들의 생존권도 달린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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