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횡재세'에 찬바람 속 움츠러든 은행株

오경선 2023. 11.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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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확실성으로 쉬어가는 흐름 vs 이익 체력 대비 과도한 저평가 상태"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찬 바람 불 땐 배당주(은행주)'라는 증시격언이 무색하게 역대급 호실적에 따른 주주환원정책이 되레 은행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금리 기간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논의가 일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다. 연말 배당락을 앞두고 높은 주주환원정책으로 주가 하단은 지지하고 있지만, 분기·반기 배당 시행으로 결산 배당 매력도가 떨어진 점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고금리 기간 이자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논의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지수는 전일 대비 0.13% 오른 656.04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달간 4.23%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6.6%)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정책 불확실성이 은행주의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횡재세란 전쟁이나 코로나19 등의 우연한 상황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뜻한다. 비정상적으로 얻은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석유 등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금리 상황 속 이자장사로 높은 이익을 거둔 은행들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횡재세법'으로 불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엔 금융회사의 순이자수익이 직전 5년 평균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 순이자이익의 40% 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자장사, 돈잔치, 공공재, 주인없는 회사, 독과점, 횡재세, 종노릇 등의 강도 높은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며 "최근 실물 경기와 은행 실적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규제 강화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물가·고금리, 실물 경기 하방 압력, 정치 이벤트 등을 고려하면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조하는 규제 스탠스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횡재세 부과 논의와 관련한 은행주 전망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권에서 이견들이 있지만 여야를 떠나 은행의 사회적 책임 확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만큼 이 법안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은행 초과이익 회수에 대한 움직임이 발현될 공산이 크다"며 "규모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규제 우려가 계속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은행주 센티멘트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횡재세 법 원안이 시행될 경우 은행들이 부담하는 횡재세 규모는 올해 기준 약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그룹 세전이익의 약 6.3% 규모다.

최 연구원은 "어떤 형태로든 연내 은행 초과이익 대책이 나올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한동안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며 "정책 변수에 따라 은행 센티멘트가 좌우될 수 밖에 환경이라는 점에서 모멘텀 부재 현상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심리 약화 현상으로 인해 은행주는 당분간 쉬어가는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횡재세 논의에 따른 불확실성은 높지만, 현재 은행이 실적 대비 과도한 저평가 상태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계속되는 횡재세 이슈 등 규제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는 점은 분명 리스크 요인"이라면서도 "은행 손실흡수능력의 핵심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증자와 이익에 의해서만 확충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투자자 이탈, 이익 감소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횡재세보다는 추가 준비금 적립 등 형태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횡제세 관련 이슈가 불거졌던 이탈리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추가 준비금 적립에도 기존 수준의 총 주주환원율을 유지하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업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은 사실이나 은행들의 기본적인 이익체력 대비 과도한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중을 축소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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