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윤동주詩' 읊자 尹 '셰익스피어'로 건배사

버킹엄궁서 국빈 만찬
커밀라 왕비, 김건희 여사에
반려견 이름새긴 머플러 선물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찰스 3세 국왕이 건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찰스 3세 영국 국왕)

"영국 나의 벗이여, 당신은 결코 늙지 않으리." (윤석열 대통령)

2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볼룸 국빈만찬장에서 찰스 3세 국왕이 윤동주 시인의 구절을 인용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 작품 구절을 건배사로 읊으며 화답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 차림을 하고 찰스 3세 국왕과 나란히 만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원피스를 착용한 김건희 여사가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커밀라 왕비와 함께 그 뒤를 따라 등장했다.

찰스 3세 국왕이 먼저 만찬사를 진행했다. 그는 "저와 저의 아내는 오늘 저녁 두 분을 버킹엄궁에 모시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하는 바"라고 영어로 말한 후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윤 시인의 '바람이 불어' 구절을 인용했다.

윤 대통령도 곧바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어졌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또 "저는 학창시절 비틀스와 퀸, 그리고 엘턴 존에 열광했다. 지금 해리 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찰스 3세 국왕은 처칠 전 총리의 한정판 연설문 모음집과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라프로익' 한 병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 커밀라 왕비는 김건희 여사에게 무궁화와 김 여사가 키우는 반려견 이름을 왕실자수협회 전문가들이 직접 수놓은 파시미나(최고급 캐시미어) 머플러를 선물했다.

한편 22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열린 문화예술인 격려 행사에서는 국내 걸그룹 블랙핑크가 찰스 3세 국왕에게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다. 블랙핑크가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인의 환경보호 관련 인식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런던 박윤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