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숭바삭, 튀김 담당이죠"…급식실 로봇 첫 등장

서울 숭곡중 전국 최초 도입
급식실 종사자 폐건강 위해
볶음등 고온조리 음식 담당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 급식실 직원이 22일 볶음요리 로봇(애칭 숭뽀끔)의 설정 작업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긴 팔을 가진 로봇이 급식실 한쪽에서 조각 난 닭고기를 끓는 기름통에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화상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기름에 넣고, 튀겨진 치킨을 트레이에 넣기까지 신속하고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치킨을 입에 넣은 학생회장 조형찬 군은 "아주머니들의 손맛이 안 들어갔는데도 맛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은 22일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에서 국내 첫 급식 로봇을 공개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서 사업비 10억원을 지원받았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한국로보틱스의 도움을 받아 공동 개발한 급식 로봇 4대는 지난 8월부터 학생들의 점심밥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 이름을 따서 각자 '숭뽀끔'(볶음), '숭바삭'(튀김), '숭국이'(국·탕), '숭고기' 등의 이름을 받은 로봇들은 이날 메뉴 중 갈비맛 양념통닭과 쇠고기탕국, 볶음밥, 김치볶음 등을 만드는 데 투입됐다. 이들의 활약으로 오전 8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식사 720인분이 차질 없이 마련됐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던 7명의 조리사와 영양사가 일자리를 잃은 것은 아니다. 조리 과정을 견학한 이은영 서울영양교사회 회장은 "일 자체도 힘들고 고령의 조리원이 퇴직하는 경우가 많아 사람 구하기가 늘 힘들다"며 "급식 로봇 덕분에 인력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급식 노동자 건강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종사자 2만4000여 명 중 54명이 조리퓸(조리 중에 발생하는 미세분진) 등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고온 조리 음식을 로봇에 맡겨 건강 걱정 없이 다른 업무에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숭곡중에 근무하는 급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가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또 86%는 업무가 기존 대비 25~30% 경감됐다고 했다.

현장을 살펴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숭곡중 사례를 가지고 시스템을 보완하면 다른 학교로 확대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 같다"며 "조리 종사원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고용 안정을 전제로 하고 급식 로봇이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용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