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 칼럼] 내수시장 넘어 로켓 혁신, 대만에 수출한 쿠팡을 주목하라

소성렬 2023. 11. 2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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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의 판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일각에선 쿠팡이 혁신 없이 내수 시장만 공략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쿠팡은 한국에서 로켓배송을 시작 한지 약 8년 만인 작년 10월, 대만 시장에 물류망을 구축하며 로켓배송, 로켓직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자 익일배송 인프라와 한국 상품 종류가 부족한 대만 시장에 '쿠팡 열풍'이 불었고, 지난 2분기부터 최근까지 이케아, 왓슨, 타오바오 등을 추월하며 쇼핑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쿠팡의 대만 진출은 그동안 유통기업들이 해외 진출 사례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기업 상위 250개사에 포함된 국내 유통기업들의 해외 매출은 11.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글로벌 슈퍼마켓체인 알디(Aldi) 등 유통기업을 보유한 독일(53.2%)이나 프랑스(42.3%), 네덜란드(78.9%)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간에 쿠팡이 대만에서 글로벌 거대 유통업체들보다 인기가 높다는 것은 '내수 전용'의 유통업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대규모 해외 물류망 구축을 통해 마케팅부터 재고관리·포장·배송은 쿠팡이 책임지고, 글로벌 인지도가 낮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좋은 제품 생산에만 집중하는 쿠팡의 로켓 혁신 모델이 해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쿠팡의 판매자의 70% 이상이 중소기업이고, 전체 판매 제품의 중소 비중도 76%에 이른다.

중소 소비재 제조사들이 글로벌 인지도가 낮아 수출하기 어렵다는 점은 공통으로 느끼는 문제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을 통해 해외시장을 개발하려고 해도 막상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현지 벤더 회사를 통해 수출하려 하면 인력 수급·마케팅 자금력 이슈가 불거지는 데다 설령 성사돼도 현지 파트너간 신뢰가 깨지면 지속하기 어렵다.

한 화장품 중소기업 대표는 “비행기 표와 부스 설치 비용만 수천만원 드는 해외 박람회에 1년에 2~3차례는 얼굴을 내밀어야 현지 바이어와 말을 겨우 통하고 수출길이 열린다”고 수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가 지난 실적 발표에서 “대만에 팔리는 수백만개 제품 가운데 중소기업 제품이 70%에 이른다”란 설명이 큰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 제품만 수백만개에 이른다는 것은 그만큼 적지 않은 수의 중소기업들이 쿠팡의 '원스톱 수출 유통망'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국내 기업의 수출이 기계, 화학, 제조업을 하는 대기업 중심이었는데 비해, 중소기업들이 쿠팡의 로켓배송, 로켓직구는 국내 중소기업 수출 양상을 180도 바꿀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액(559억달러)에서 화장품을 제외한 자동차·플라스틱·철강 등 수출 상위 9개 품목 비중이 45%였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매년 수출을 중단하는 기업은 1만8000~2만여곳에 이르렀다. 반면 식료품·의류 등 소비재가 중심인 중소기업들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수출액은 3억6672만달러(전체 0.6%)로 전년 대비 10.8% 늘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 수출 성장은 정체돼 있지만, 규모가 작은 소비재 중소기업들은 온라인을 통해 수출이 높아질 여지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대만은 국내 중소기업 수출 상위 10대 국가 중 5위(35억달러·2022년 기준)로, 인도(33억달러), 인도네시아(29억달러)보다 수출이 활발하다. 지난해 쿠팡의 대만 진출에 힘입어 국내 중소기업의 대만 수출액은 2020년 26억2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3%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성공했다고 단언하기엔 이를지 모른다. 현지에서 오랜 기간 영업해온 유통 대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한동안 “곧 망할 것”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로켓배송 모델이 '혁신 시스템'이라는 평과 함께 내수 시장을 넘어 수출길이 막힌 중소 소비재 제조사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K푸드와 K뷰티와 같은 한류 수출 전선에 있는 수많은 중소 제조사들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엔진으로 도약 하는데 있어, 쿠팡의 혁신적 실험이 대만 로켓배송을 통해 다시 한번 성공하기를 바래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자신문인터넷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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