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합의 휴지조각 만든 北…尹, 발사 10시간만에 효력정지
尹 "북한 핵 위협 실행 옮겨"
초유의 남북합의 先효력정지
접경지 무인기 정찰제한 해제
일각 군사대결 긴장 고조 우려
국방부 "인과관계 없다" 반박
美핵잠 제주 입항해 대북 경고
◆ 北 군사위성 도발 ◆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 3차 발사를 한 이튿날인 22일 오후 3시를 기해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시키는 강수를 뒀다. 이날 국무회의 결정을 영국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재가함에 따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그동안 운용되지 못했던 한국 군의 대북 감시정찰 활동이 재개될 여건이 마련됐다.
9·19 군사합의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군사 관련 합의를 가리킨다.
역대 한국 정부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를 이유로 기존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유례없는 고강도 조치를 취한 셈이지만 이미 상당 기간 북한을 향해 군사위성 발사 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일부를 정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상태였다.
그동안 9·19 군사합의로 인해 동체에 날개가 고정돼 있는 '고정익항공기'의 경우 MDL에서 동부 지역은 40㎞, 서부 지역은 20㎞까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같은 제한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즉각 풀린 것이다.
헬리콥터를 비롯한 회전익항공기는 MDL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 지역 15㎞·서부 지역 10㎞, 그 밖의 기구는 25㎞로 묶여 있던 것도 동시에 해제돼 공세적 대북 감시정찰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접경 지역에서의 군단급·사단급 무인기의 공세적 운용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날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허 실장은 "북한의 이 같은 행태(정찰위성 발사)는 그동안 남북이 체결한 다수의 합의뿐만 아니라 9·19 군사합의를 의도적·반복적으로 위반해 유명무실화한 것처럼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9·19 군사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 지역의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던 상황"이라며 "오히려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까지 발사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와 대통령실, 군당국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강행하면 9·19 군사합의상 대북 감시정찰과 관련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 등을 검토해둔 상태였다. 이에 전날 북한이 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한 이후 불과 10시간이 안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까지 '일사천리'로 의사 결정을 끝마쳤다.
NSC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ICBM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으며,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긴급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이며, 우리 법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의도에 따라 도발을 해왔다"면서 "9·19 군사합의에서 금지된 일을 선별적, 의도적, 반복적으로 어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9·19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 정지 결정과 한반도의 정세 악화 사이에는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 간 기싸움이 극심한 군사적 대결구도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안전판인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돼 군사분계선 일대는 무풍지대가 됐다"며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에 버금가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전성훈 국민대 겸임교수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추진은 그 원인 제공자가 북한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군사적 대비태세의 취약점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라며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추진 잠수함 '샌타페이호(SSN-763)'가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가 북한의 고강도 무력시위 국면에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전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니미츠급(10만t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CVN-70)가 참여한 가운데 3국 간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훈 기자 / 우제윤 기자 / 런던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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