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발목잡힌 상장사…현금창출능력 올들어 25% 급감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3. 11.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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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상위 30社 분석
작년 95조 → 올 3분기 72조
배터리·車 재고자산 급증
매출채권 회수도 늦어져

올해 들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포함)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의 현금 창출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0곳 중 대부분이 제조기업인데 재고자산이 늘어나고 매출채권 회수가 늦어지며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3분기 국내 증시 시총 상위 30개 상장사들의 분기 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2조13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5조6425억원) 대비 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현금 흐름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3조5684억원에서 24조1922억원으로 44% 줄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이 기간 8%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로 벌어들인 현금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감소했다는 것은 현금 창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경기가 위축되며 재고와 매출채권이 증가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상위 30개 기업의 매출채권은 올해 3분기 기준 159조5031억원으로 지난해 말(138조8087억원)에 비해 20조원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매입채무도 7조원가량 늘었지만 매출채권 증가액이 훨씬 컸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살펴봐도 추이는 같다. 매출채권은 13조원 늘었고 매입채무는 4조8000억원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매출채권은 기업이 거래 업체 등 외부에서 받아야 할 돈이고 매입채무는 반대로 기업이 갚아야 할 돈이다. 매출채권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받아야 할 돈이 늦게 회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을 빠르게 회수하고 매입채무 결제를 늦출수록 현금 흐름이 좋아지는데, 반대로 매출채권 회전 속도가 느려진 상황에서 매입채무 결제가 이뤄지다 보니 현금 흐름이 나빠진 것이다. 현금 흐름 때문에 매입채무 결제를 비정상적으로 늦추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어렵다.

매입채무는 털어냈는데 매출채권이 쌓인 사례도 있다. SK하이닉스는 매입채무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 2695억원 줄어들었지만 매출채권은 3292억원 늘었다. 포스코홀딩스도 이 기간 매입채무가 2256억원 감소했고 매출채권은 1조6836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보다 시총 상위 30개 기업의 재고자산도 소폭 늘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약 3조원 증가한 55조2560억원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외에 29개 기업의 재고자산은 3.7% 늘어난 149조2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재고자산이 증가한 것은 제품이 잘 팔리지 않아 쌓아둔 재고가 많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들며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모습이다.

올해는 2차전지(배터리)와 자동차 업계의 재고자산 증가폭이 컸다. 2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재고자산이 지난해 말 8701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2453억원으로 43% 늘었다. 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도 이 기간 32% 증가한 1조1333억원에 달했다. 현대자동차 재고자산은 26% 늘어난 1조7976억원이었다.

단순히 재고만 쌓인 것이 아니라 이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매입채무가 적게 늘거나 아예 줄어들어 현금 흐름에도 악영향을 줬다. 재고가 쌓이는 와중에 채무 결제를 해온 여파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61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600억원 감소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7조원 이상이었지만 올해 3분기에는 -3500억여 원을 기록했다.

한편 시총 상위 30개 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규모였다. 투자활동현금흐름 규모도 감소했다. 빚도 줄였지만 투자도 축소해 전반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됐던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투자활동현금흐름은 7조6000억원으로 30곳 중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투자가 활발할수록 마이너스 규모가 커진다. 플러스라는 건 투자 집행보다 회수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늘어나는 것은 불경기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재무적 특징이고 추후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며 "반도체 섹터 부진으로 삼성전자 지표가 안 좋았던 영향이 크지만 내년 반도체 경기 회복이 전망돼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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