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들, 선제적 금리인하 나섰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11. 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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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81개국 분석
3년만에 금리인하>금리인상
브라질·페루·멕시코 잇단 인하
美·EU, 물가상승률 2%대 근접
안정적 추세지만 신중한 행보
라가르드 "성급한 결론 안돼"
시장은 내년 5월 인하에 베팅

글로벌 물가 상승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 2%에 근접하면서 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발도상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제대국 중앙은행들은 섣부른 금리 인하가 물가 상승률을 다시 부추길까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가 81개 세계 중앙은행을 분석한 결과, 11월 들어 금리 인하를 선택한 국가의 수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국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월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금리를 내린 나라들은 주로 개발도상국이다. 남미에서는 칠레가 지난 7월 처음 금리를 내렸고 브라질, 페루, 멕시코 등도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미국 연준에 앞서 앞서 금리를 올렸다가 먼저 금리를 내린 경우다.

세계적인 긴축 금융 정책이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은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금리 인하가 경기 연착륙을 보장하지는 않는 만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드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미국 연준이 내년 중반 금리 인하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전망에 흥분하기보다 이 같은 희망이 자주 좌절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내년에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연착륙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지 않는 이상 큰 폭의 금리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치를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작년에 비해 크게 완화됐지만 중앙은행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미국 CPI는 올해 1월 6.4%에서 긴축 효과에 따라 지난달 3.2%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 CPI는 9.2%에서 2.9%까지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에너지과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CPI는 아직 4%대다.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에 도달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모두 아직 금리 인하로의 방향 전환(피벗)은 이르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날 공개된 미국 연준의 이달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실 FOMC는 금리 인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의사록은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실한 경로를 보여줄 때까지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유럽중앙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우리의 목표치까지 끌어내리는 데 집중해야 하며 단기적인 상황을 근거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사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도 유로존 CPI가 2.9%로 안정적이지만 다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슈나벨 이사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세미나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2.9%에서 2%로 낮추는 데 2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인으로는 견조한 노동시장과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거론됐다.

다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연준은 필요하다면 더 긴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내지는 않았다"며 긴축 사이클이 점점 끝나간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미국 연준 금리 예측기관인 시카고 상품거래소 페드워치는 다음달 FOMC에서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94.8%로 봤으며,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5월로 전망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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