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돌려놔" 투자자·직원 압박 통했다…'챗GPT 아버지' 오픈AI 복귀

(상보) 오픈AI, 새 구성 이사회와 알트먼 복귀 합의…
알트먼 "새 이사회·MS CEO 지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오픈AI 이사회의 해임 발표 닷새 만인 22일(현지시간) CEO직에 복귀된 샘 알트먼 /로이터=뉴스1

샘 알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가 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오픈AI 이사회의 해임 발표 후 닷새 만이다. 이사진도 바뀌었다. 알트먼의 복귀를 촉구하는 오픈AI 투자자와 직원들의 압박에 기존 이사회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영향력 행사도 알트먼의 복귀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가치 860억달러(111조원) 회사의 혼란이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오픈AI는 22일 알트먼의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의 부분적 재구성과 알트먼의 CEO직 복귀를 알렸다. 오픈AI는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새로운 이사회 구성원 브렛 테일러(의장,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 래리 서머스(전 미국 재무부 장관) 그리고 (기존 이사회 구성원인) 애덤 단젤로(쿼라 CEO)와 함께 알트먼의 CEO직 복귀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며 "그동안 기다려 줘 대단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알트먼의 퇴출에 앞장섰다가 이후 그의 복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이사회 멤버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 등 기존 이사 3명의 거취는 언급하지 않았다.

알트먼도 엑스를 통해 오픈AI의 복귀를 알렸다. 그는 엑스에 "나는 오픈AI를 사랑한다. 지난 며칠 동안 내가 한 모든 일은 이 팀(오픈AI)과 그 사명을 함께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일요일(19일) 저녁 MS에 합류하기로 했을 때 그것이 저와 팀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 분명했다"며 "새로운 이사회와 사티아(나델라 MS CEO)의 지원으로 다시 오픈AI로 돌아와 MS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진=샘 알트먼 엑스(옛 트위터)

━

이사회, 투자자·내부 반발에도 해임 결정 유지했지만...

━

오픈AI 이사회는 지난 17일 '소통에 솔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알트먼의 해임을 발표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그레그 브룩먼 전 회장도 이사회 의장직에서 해임됐다며,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임시 CEO직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이사회의 해임 결정은 대주주인 MS도 발표 1분 전에야 소식을 접할 만큼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해임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각종 추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거세졌다. 비영리 업체로 출발한 오픈AI는 여전히 비영리 이사회가 큰 권한을 행사한다.

이사회의 해임 발표에 오픈AI 투자자들과 직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알트먼의 복귀를 촉구했다. 오픈AI 내부에서는 퇴사 동참 선언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투자자들과 직원들의 예상치 못한 강한 반발에 오픈AI 측은 해임 발표 하루 만인 18일 밤 알트먼과 브록먼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19일 알트먼이 '방문증'까지 발급받아 오픈AI 사무실을 방문하면서 그의 복귀 가능성은 커져 보였다.

하지만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가 19일 밤 회사 직원들에게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의 전 CEO인 에멧 시어를 알트먼의 자리를 대체할 임시 CEO로 선임했다고 전하면서 알트먼의 복귀 기대는 낮아졌다. 또 20일 나델라 CEO가 알트먼과 브룩먼이 자사 인공지능(AI) 연구팀으로 합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알트먼의 오픈AI 복귀는 무산된 것으로 보였다.

샘 알트먼 오픈AI 공동창업자의 퇴출에 앞장섰던 이사회 멤버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 과학자 /로이터=뉴스1

━

이사회, 퇴진·직원 이직 압박에 결국 닷새 만에 '백기'

━

그러다 오픈AI 전체 임직원의 95%가 이사회의 퇴진을 요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하고, 올트먼을 다시 데려오지 않으면 MS로 이직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MS도 자사로 오는 오픈AI 직원을 내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오픈AI 측은 알트먼의 복귀를 다시 논의했고 결국 해임 발표 닷새 만에 이사회의 결정은 번복됐다. 나델라 CEO는 지난 20일 CNBC 인터뷰에서 오픈AI 직원들이 "(오픈AI에서의) 현재 자리를 유지하든, MS로 이직하든 이는 그들의 선택"이라며 "나는 두 가지 옵션 모두에 열려있다"고 했다.

나델라 CEO가 공개적으로 오픈AI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언급하고, MS가 관련 개선사항을 오픈AI 측에 요구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한 것도 알트먼의 복귀에 한몫한 듯하다. 나델라 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이 시점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MS가 오픈AI에 경영변화를 요구할 방침으로, 이사진 증원·경력요건 강화 등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