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 7시, 경찰차 예약할게요”…도 넘은 민원에 경찰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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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 요구가 도를 넘으면서 경찰 내부에서 경찰이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일선 경찰서에는 "오전 7시 경찰차를 집 앞으로 예약해달라"는 전화까지 있었다고 한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저녁 서울 한 지구대에 16일 오전 집 앞으로 순찰차를 보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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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운전기사·심부름꾼 취급에 분통
5년간 사직하는 순경도 급격히 증가
정신과 치료받는 경찰도 꾸준히 상승
경찰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 요구가 도를 넘으면서 경찰 내부에서 경찰이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일선 경찰서에는 “오전 7시 경찰차를 집 앞으로 예약해달라”는 전화까지 있었다고 한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수능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저녁 서울 한 지구대에 16일 오전 집 앞으로 순찰차를 보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
지구대 소속 경찰 A씨는 “운전기사도 아닌데 학부모로부터 수능 날 오전 7시까지 집 앞으로 순찰차를 예약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욕설을 듣거나, 쓰레기 좀 버려달라는 부탁받는 날엔 마치 심부름꾼이 된 것 같다”며 “심부름 취급받는 게 지긋지긋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동기 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강화한 도보 순찰 과정에서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 28년차 경찰 B씨는 “세금으로 밥 먹는 늙은 짭새(경찰을 뜻하는 은어) XX가 동네 산책하면서 세금 축내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며 “사명감으로 경찰이 됐지만, 이런 취급받을 줄 알았으면 진작 다른 진로를 택했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그는 지나가던 행인이 던진 종이 뭉치도 맞았다고 한다.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취객은 지구대·파출소 단골 손님이다. 이들에게 근무 중 취객에게 욕을 듣거나, 맞아 본 적이 없는 경찰이 없을 정도다. 경찰청에 따르면 한 해 접수되는 주취자 신고는 약 100만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2700건의 신고가 접수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과를 찾는 경찰도 증가 추세다.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경찰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과 전국 18개 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공무원의 우울증 진료 인원은 지난해 1844명으로 전년(1471명)보다 25.3% 증가했다. 2020년(1104명)와 비교하면 70% 가까이 늘었다.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 충격적인 사건·사고 현장에 노출된 여파다.
도를 넘은 민원과 함께 조직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경찰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도한 업무량과 개선되지 않는 근무 환경에 실망해 일찌감치 조직을 떠나는 경찰도 늘었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동안 순경 총 321명이 사직했다. 이 중 314명(97.8%)은 5년 미만으로 근무한 순경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청이 비전문적 지시와 현장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을 세우고 있어 일선 경찰들이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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