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막말·부적절 언행 반복되는 이유?…강성 유튜브 의존 정치, 온정주의 탈피해야
더불어민주당이 22일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전 의원에게 이례적으로 신속한 비상 징계를 내렸지만 당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 지도부가 최 전 의원의 ‘짤짤이’ 발언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가 이번에 ‘설치는 암컷’ 발언으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가 강성 유튜브 의존 정치 및 온정주의와 단절하지 않으면 부적절 언행·막말 사고는 언제든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도 크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의원에게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비상 징계를 의결했다. 최 전 의원이 지난 19일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암컷이 나와 설친다”고 발언한 지 사흘 만이다. 이 대표가 통상적인 징계기구인 당 윤리심판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비상 징계 권한을 발동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최 전 의원을 신속히 징계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연이어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문제가 된 인사들을 엄벌하지 않는 민주당의 온정주의 때문에 사고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미 최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여성 보좌진이 있는 온라인 회의 석상에서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당 윤리심판원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최 전 의원이 징계에 불복해 윤리심판원에 신청한 재심 절차는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코인 논란에 이어 최근 우리 당의 현수막 사태, ‘설치는 암컷’ 발언을 보며 착잡함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며 “우리 당은 최근 몇 개월간 우리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남 탓, 언론 탓, 변명으로 비겁하게 일관하고 심지어 잘못을 수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사건 때도 초기 단계에서 우리가 대응을 강하게 했으면 일찍 불을 끌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까지 갔고, 윤리위에서 제명 결정을 막은 것도 민주당이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자·강성 유튜브 기반 정치가 막말 리스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등 강성 지지자들이 바라는 발언을 하다가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민형배 의원은 지난 13일 “정치를 후지게 한 건 한동훈 같은 XX들”이라고 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한 장관에게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도 일부 정치인들의 강성 발언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처럼회’ 소속이자 윤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장하는 김용민 의원을 ‘검사범죄대응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임명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와 처럼회 의원들이 굿캅, 배드캅 역할을 분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도부는 탄핵을 함부로 거론할 수 없지만 앞에서 바람을 잡아줄 사람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반면 한 중진 의원은 “(일부 의원들의) 대통령 탄핵 거론도 전혀 당에 도움이 안 된다”며 “(당 지도부가) 그것도 주의를 세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탄핵 만능주의자’를 당직에서 전면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하는 ‘원칙과 상식’ 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강경 발언과 극단적인 주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우리는 우리 당 안에서 자당 하원의장을 해임시키고 하원을 공백 상태로 만든 미국 공화당의 MAGA, 트럼프의 MAGA를 키우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등 돌리게 만드는 ‘탄핵 만능주의자’, 정치 정략적 수단으로 탄핵을 말하는 정치인들을 당직에서 전면 배제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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