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화장실 몰카’ 남고생 집에 여교사 보낸 학교…“충격에 출근도 못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123rf]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제주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여자 화장실을 불법촬영한 남학생을 놓고, 학교 측이 여교사들의 해당 학생 가정방문을 지시해 도마에 올랐다. 불법촬영 피해 당사자일 가능성이 있는 교사를 해당 가정에 파견한 학교 측 지시를 노조가 문제삼고 나섰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이하 노조)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이 10회에 걸쳐 불법 촬영 기기를 학교 화장실에 설치한 남학생에 대해 피해자일 수 있는 여교사 2명에게 가정방문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학교 측은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등 여교사 2명에게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에게 가해 관련 확인서 등을 받아야 한다며 가정방문을 지시했다. 여교사가 방문한 몰카 남학생 가정에는 학생과 아버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에 따르면 두 여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 112에 신고하자'는 얘기까지 나눌 정도로 가정방문에 부담을 느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가정방문을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가정방문에 투입됐던 여교사 가운데 1명은 심리적 충격과 2차 피해를 호소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을 진단받고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범죄 피의자인 학생의 가정에 가정방문을 보내는 위험한 상황에서 SPO 동행 등 아무런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직무유기,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남학생의 불법촬영 기기가 최초로 발견됐을 당시 학교 측의 미온적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 측은 불법 촬영 기기를 최초로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여교사에게 '누가 그 화장실을 쓰냐'고 되물어 유별난 행동으로 몰아세웠다.

해당 여교사 역시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학교 측은 당시 가정방문을 지시한 이유는 불법 촬영 건과 별개인 학교폭력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담임과 학생부장인 교사를 보낸 것이므로 과정상 문제가 없지만 여교사들에게 학교장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제가 불거진 남학생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를 거쳐 퇴학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