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HMM 본입찰…하림·동원에 LX인터도 참여 가닥
노조 "졸속으로 매각 진행…차라리 유찰시켜라"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동규 기자 =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매각 분수령이 될 HMM 채권단의 본입찰이 오는 23일 진행된다.
HMM 인수전에 하림과 동원이 일찌감치 뛰어든 가운데 또 다른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는 LX인터내셔널도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수 후보들의 미흡한 자금 동원력과 채권단의 영구채 전환 계획, HMM 노조 반대 등으로 유찰될 가능성도 있다.
22일 해운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올해 9월 시작한 HMM 실사를 지난 8일 종료하고 23일 본입찰에 나선다.
매각 대상 주식 수는 채권단이 보유한 3억9천879만주이다. 예상 매각 가격은 현 HMM 주가를 기준으로 삼을 때 5조∼7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본입찰에 참여할 기업들의 재무 상태, 경영 능력, 해운사업 운영계획 등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다.
따라서 본입찰에 대한 결론이나 매각 가격 결정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수 있다.
하림·동원·LX인터 '3파전' 되나
앞선 예비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된 하림과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 등 3개사 모두 이번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에 비해 그나마 재무 상황이 낫다는 LX인터내셔널은 한때 해운업 불황 등을 이유로 불참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현재로선 본입찰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만 말했다.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LX인터내셔널과 달리 하림과 동원그룹은 그간 HMM 인수 의지를 피력하며 자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HMM 인수 주체로서 기업 규모가 작거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6천억원, 5천억원 정도다.
반면 HMM은 올해 4월 기준 자산 총액이 25조8천억원에 달해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19위에 오른 대기업이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하림·동원, '실탄' 확보 주력…'몸값' 충족 여부는 관건
하림그룹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 소속 해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천973주를 1천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미국 참치통조림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천억∼6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키스트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다.
이 외에도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본입찰 절차를 거치고도 매각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본입찰에서 쓸 HMM의 몸값(예상 인수 금액)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원하는 금액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또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계획대로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순차적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HMM 노조 반대도 변수…채권단 결정 주목
HMM 노조 입장도 이번 인수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가 이들 기업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HMM 노조원들은 본입찰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궐기대회를 하고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유찰되거나 HMM 매각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본입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이번 달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후 올해 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다만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유찰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그는 곧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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