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정의 35년만에 바뀌지만...시장은 변종담배 성행

지영호 기자 2023. 11.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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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니코틴, 액상담배시장 장악...현행법에선 '담배 아니다', 청소년들 무방비 노출
액상형 전자담배/이미지투데이

담배 기준이 35년 만에 바뀐다. 담뱃잎만 원료로 했던 기준을 줄기와 뿌리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천연 니코틴(담뱃잎, 줄기, 뿌리 등에서 추출한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같이 규제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온라인 구입이 손쉬워 청소년에게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는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오는 23일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줄기, 뿌리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와 야당은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담배도 같이 규제하자는 입장이었지만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인정하게 되면 해외에서 담배로 인정받지 않은 물질이 국내에 유통될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소위는 결국 기재부 의견을 보완해 다시 논의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기재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할 전망이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되면 1988년 법 제정 후 처음으로 담배 기준이 바뀌게 된다.

이에따라 천연 니코틴 제품들도 일반 담배처럼 외부에 유해성 경고 문구와 그림을 삽입하고 광고·판매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또 2025년부터 시행하는 담배유해성관리법안도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에 유해물질 자료 제출이 의무화된다.

문제는 부처간, 여야간 견해차로 법안처리가 늦어지는 동안 시장이 급변했다는 것이다.

관련 법안이 제출된 2020년의 경우 줄기와 뿌리를 원료로 한 니코틴 액상담배 비중이 상당히 높았지만 2년만에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보면 2020년 76%였던 줄기·뿌리 니코틴 액상담배는 지난해 7.8%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기간 24%였던 합성 니코틴 액상담배는 92.2%로 시장을 장악했다.

시장이 급변한 배경은 종전 담뱃잎 추출 니코틴에만 부과되던 세금을 2021년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을 개정해 줄기와 뿌리에서 추출한 천연 니코틴에 대해서도 부과해서다. 세금이 1㎖당 1799원 꼴이다보니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합성 니코틴으로 시장이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현행 담배사업법은 합성 니코틴을 담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액상형 전자담배는 판매나 광고 제한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유해물질 표시 등의 제한도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교육환경법상 학교 경제 직선 200m 거리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담배판매가 금지돼 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점은 예외다. 2019년 기준 전국에 4300개가 있다. 학교 근처에 매장이나 자판기를 설치하는 사례도 있다. 온라인 판매도 가능해 청소년이 담배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 등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에서 연초와 더불어 니코틴 포함 제품을 담배로 규정하고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선 담배와 전자담배로 나눠 법에 규정한다. 니코틴을 함유하지 않은 에어로졸 흡입 제품도 전자담배로 규제하는 국가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정부 차원의 합성 니코틴에 대한 유해성 검증과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고, 질병관리청이 실태조사 용역을 추진했다가 이를 분석할만한 전문가가 없어 백지화됐다는 설명이다. 독성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담배원료로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합성 니코틴을 담배의 범주에 포함하는 법안을 제출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로 예정된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담배 범위 확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는 계획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담배로 규정해 규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견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세계적으로 합성 니코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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