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회의서 “가자지구 즉각 휴전” 촉구…중동 외무장관들은 러시아 방문

최서은 기자 2023. 11. 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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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현지시간)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브릭스 회원국 정상들은 즉각적이고 지속가능한 인도주의적 휴전과 민간인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또 “팔레스타인인들을 고국에서 강제 이주시키는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뒤 브릭스 회원국들 간 열린 첫 공동회의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기존 5개 회원국 뿐만 아니라 내년 1월부터 새 회원국으로 가입이 확정된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도 초청됐다.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참여했다.

이날 회원국들은 한목소리로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기도 했다. 남아공은 다른 국가들보다 이스라엘을 더 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인도는 좀 더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사람들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국제사회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수천명의 사망자, 민간인 집단 추방, 이로 인한 인도주의적 재앙은 깊은 우려를 일으킨다”면서 브릭스가 분쟁의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가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중재를 독점하려는 욕망으로 인한 결과”라면서 “미국의 단독 시도는 실행 불가능하고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장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해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불법적인 무력을 사용하여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집단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전쟁범죄”라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고의적으로 의약품, 연료, 식량, 물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집단 학살에 해당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또 적대 행위 중단을 감시하고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엔군 투입을 제안했다. 앞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했고,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인도주의적 재앙’이라고 부르면서 “무고한 사람들, 특히 여성‧어린이‧노인들이 전쟁의 광기 때문에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테러 공격은 야만적이지만,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브릭스가 국제 정치 및 안보 문제에 관해 정상회의를 열고, 공동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이와 관련해 남아프리카국제문제연구소 스티븐 그루즈드 선임연구원은 “이는 브릭스가 서방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자기주장과 자신감이 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중동지역 외무장관들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를 방문해 가자지구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아랍연맹과 이슬람협력기구 대표로 나선 사우디, 요르단, 이집트, 인도네시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외무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가자지구 해법을 논의했다.

이슬람권 외무장관들은 즉각적인 휴전, 가자지구 봉쇄 해제, 인질 석방을 주장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자기방어’를 넘어선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 역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 규모가 충분치 않다며 인질 석방과 인도적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하고,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국가들과 접촉면을 넓히면서 미국을 견제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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