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결혼 찬성합니다”···시민들이 혼인평등법 촉구하는 이유
“동성혼 법제화가 돼야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22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대학생 권혁진씨(22)는 광장 한복판에 세워진 ‘모두의 결혼’ 부스를 지나치지 않고 성큼 다가왔다. 한 손에 펜을 잡은 권씨가 ‘한국에도 동성결혼을! 혼인평등법 함께 만들어요!’라고 적힌 서명지에 주저 없이 이름 석 자를 적으며 말했다. “동성혼 법제화는 사람들의 결혼을 사회가 인정해준다는 뜻이지 않나. 법과 제도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포용적으로 됐으면 좋겠다.”
혼인평등연대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으로 이뤄진 캠페인 조직 ‘모두의 결혼’은 이날 혼인평등법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서명 캠페인이 진행된 광화문광장에 “차별 없는 결혼을 위해 함께 해달라”는 구호가 울려퍼지자 약 1시간에 시민 30여명의 서명이 모였다. 광장을 찾은 이유도, 하는 일도 모두 달랐던 이들은 하나같이 “결혼할 권리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근 대학원을 졸업한 신기원씨(38)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겠다는 사람을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제도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서명했다. 신씨는 “드래그 아티스트 모지민씨의 사례를 보면서 동성결혼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플 때 동성 배우자가 법적 보호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처럼 제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받는 불이익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신모씨(44)는 “모두가 개인의 권리를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며 “성적 취향으로 가를 문제가 아닌데 결혼할 권리를 누군가 인정하고 말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바쁜 와중에도 급히 서명하러 왔다는 직장인 문모씨(26)는 “동성혼 법제화가 돼야 하는 이유는 ‘마음이 아파서’도 아니고 이들이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언젠가는 정말 사랑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방에 무지개색 배지를 달고 부스를 찾은 대학생 임정민씨(23)는 “퀴어인 나도 미래에 결혼하고 싶은데 법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주변 지인들이 사실혼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로서 함께 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할 때마다 빨리 법제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모두의 결혼은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혼인평등법이 발의됐지만 국회가 제대로 일을 안 하고 있다”며 “시민이 찬성하고 성소수자가 원하는 평등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결혼을 법제화하는 내용의 혼인평등법(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5월31일 국회에 발의됐다. 지난해 3월25일부터 지난 5월10일까지 총 15건의 동성 간 혼인신고가 접수됐지만 모두 불수리 처분된 상황이다. 모두의 결혼은 내년 5월 말까지 온·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https://campaigns.do/campaigns/1152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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