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동훈 출마는 ‘땡큐’···원희룡 계양을 출마는 ‘부담’
“尹과 소울메이트...여당 실패작 될 것”
원 장관 출마엔 “이 대표 발 묶일 수도”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출마론에 대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 장관 출마에 대해선 ‘제2의 윤석열’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정권심판론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원 장관의 출마에 대해서는 달가워하지 않는 기류다. 원 장관이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민주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당 지도부나 핵심 의원들은 한 장관 출마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친이재명계(친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0일 YTN 라디오에서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영혼의 동반자, 소울메이트 아니겠느냐. 윤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며 “윤 대통령 지지율이 현재 35%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반짝 (한 장관의)주목도가 높아지고 관심을 받고 있지만 결국 여당의 실패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년 총선의 핫 키워드는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며 “국민의힘에서 진짜 선거판 타짜가 있다면 ‘윤석열 지우기’ ‘윤석열 아바타(예를 들면 한동훈) 숨기기’를 큰 전략으로 삼을 텐데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 안심”이라고 적었다. 정 최고위원은 “사실 한동훈의 출마를 야권으로는 굳이 말릴 이유가 없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한동훈 후보’는 분노와 반대에 최적화된 최약체 후보다. 서울이나 경기, 인천 어느 지역에 한동훈이 출마하면 그 지역 민주당 후보는 복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에 대해선 분위기가 다르다. 정성호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한 장관이나 이준석 전 대표에 비해) 지금 본인에 대한 관심과 주목도가 떨어지니까 관심 받으려고 (계양을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원희룡 장관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지면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산을 하고 이길 만한 데, 그런 데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이 계양을 출마를 언급한 것도 여권 내 경쟁자인 한 장관이나 이 전 대표보다 주목을 받기 위해서라고 깎아내리고, 계양을 출마도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원 장관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면 이 대표로선 여러 가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 장관이 실제로 출마해 ‘계양대전’이 예고되면 이 대표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치러야 한다.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할 이 대표가 지역 선거에 묶일 수 있고, 원 장관에 패하면 대선 가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원래 갈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였다. 비례대표 안정권, 험지 출마, 계양을 그대로 출마”라면서 “원 장관이 나오면 이 대표는 거기서 움직일 수가 없다. 발이 묶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진 의원은 “하지만 실제로 원 장관이 이 대표의 발을 묶어 놓을 수 있을지는 여론조사 지지율에 달린 것”이라며 “우리(민주당)가 쓸데없이 때려서 커진 게 한동훈, 원희룡, 박민식 장관이다. 실제 링 위에 올라오면 실력이 좋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친이재명계나 이 대표 측은 이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해야 하는 이유로 선거 지휘를 꼽고 있다. 험지에 나가 지역구 공략에 함몰되면 전체 선거 지휘가 힘들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이 대표가) 원희룡 장관과 경쟁해도 홀가분하게 전국선거 지원유세를 다닐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현재 업무에 충실할 뿐 다른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외부 요인은 결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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