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전환된 황의조···그라운드 밟자 “이게 맞냐” 와글
“부적절” vs. “무죄추정 원칙 지켜야”
“성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도 되는 건가요.”
지난 21일 검은색 유니폼 왼쪽 어깨에 태극기를 단 황의조 선수가 잔디를 밟자 대한축구협회(KFA) 공식 인스타그램 등엔 항의 댓글이 쇄도했다. 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황씨가 A매치 경기에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시민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황씨를 기용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했다.
취업준비생 김병준씨(32)는 카메라에 잡힌 황씨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고 했다. 김씨는 22일 “황씨가 교체선수로 들어가 그라운드를 밟음으로써 국가대표팀이 성 추문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며 “감독이 추문을 알고 있음에도 뛰게 하겠다는 인터뷰를 한 것 역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승기를 잡은 시점에서 감독이 황씨를 기용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황씨가 조규성과 교체 투입된 시간은 후반 27분으로, 당시 한국은 2-0으로 중국을 앞서고 있었다. 황씨는 추가시간 4분을 합쳐 총 22분을 뛰었다.
황씨가 한국을 대표해 A매치에 나선 만큼 일반 프로 선수들보다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회사원 조모씨(30)는 “국가 대항 경기는 국민이 감정을 공유하는 경기”라면서 “경기를 보는 관객 중 성범죄를 경험한 여성들도 많을 텐데 이들의 입장도 예민하게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황씨의 혐의가 아직 확정된 게 아닌 만큼 비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회사원 한원일씨(36)는 “너무 급하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는 것 아니냐”면서 “논란만으로 사람을 매장해놓고 나중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일이 곳곳에 널렸다. 법원 판결이 끝날 때까진 활동해도 된다”고 말했다. K리그 팬 양진국씨(26)도 “아직 혐의 수준인데 못 나올 이유가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은 지난 20일 황씨를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황씨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를 받는다. 지난 6월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황씨가 다수의 여성과 관계를 맺고 피해를 줬다는 내용의 폭로 글을 올리자 황씨는 유포자를 수사해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황씨가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유포자는 황씨의 형수로 드러났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며 영상 유출의 피해자”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는 촬영에 동의한 바 없고, 이를 알게 된 경우 싫다는 의사를 밝히며 지워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으며 촬영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황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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