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 책임은 있는데 예산은 전무…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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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원전 참사로 꼽히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옛 소련 정부는 반경 30km 이내에 있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 초대 회장인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반경 30km이내는 똑같은 피해를 보는데 원전 소재지는 매년 300억 이상을 지원 받고, 원전 인근 지역은 혜택이 전무하다"며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안전 훈련 등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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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 23개 지자체 행정 협의회 출범
"위험 부담 같은데 소재지만 연간 300억 지원"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지자체도 예산 필요"
역대 최악의 원전 참사로 꼽히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옛 소련 정부는 반경 30km 이내에 있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해당구역은 1㎡당 55만 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돼 지금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일본에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40km 떨어진 이타테무라(飯館村)까지 체르노빌 강제 이주 기준의 6배(326만㏃)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고, 반경 50km 앞바다는 어업이 금지됐다. 이 같은 사고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2015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기존 8~10km에서 최대 30km로 확대했다. 문제는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속한 지자체는 원자력 시설의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비해 방재계획 수립과 방재훈련 등의 의무가 주어지지만 예산 지원은 원전이 소재한 5개 기초지자체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 초대 회장인 김영길 울산 중구청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사고가 나면 반경 30km이내는 똑같은 피해를 보는데 원전 소재지는 매년 300억 이상을 지원 받고, 원전 인근 지역은 혜택이 전무하다”며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안전 훈련 등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 행정협의회 출범 전후 가장 큰 차이점은.
“전국원전동맹협의회는 지방자치법 제169조(행정협의회의 구성)에 따라 2019년부터 임의 단체로 운영 중이던 전국원전인근지역동맹을 전환한 기구로 지난달 20일 정식 출범했다. 행정협의회는 법적 지위를 가지므로 체계적인 조직 구성‧운영을 위한 규약을 제정하고, 소속 지자체들 간 공동 사업비를 조성해 세출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1순위 추진 과제는 뭔가.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다. 울주군, 기장군과 같이 원전소재지는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와 각종 기금 등으로 매년 300억 원 이상을 지원받고 있다. 반면 원전 위험 부담과 방재 책임을 함께 지고 있는 원전 인근 지자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연간 2,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원자력안전교부세를 신설해 지방교부세 재원 가운데 내국세 비율을 기존 19.24%에서 19.30%로 0.06% 포인트 늘리고, 이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된 28개 지자체 중 이미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원전 소재 5개 지자체를 제외한 나머지 23개 지자체에 지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당초 원전동맹을 결성한 목적도 이를 위해서다. 지난 5월 10일부터 7월 31일까지 원전 인근지역 23개 지자체 503만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 서명운동에는 목표치(100만 명)를 훌쩍 넘는 134만여 명이 참여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좌초 시 ‘플랜B’도 있나.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분석했지만 각 지자체별 의견과 입장이 달라 단일안을 찾기 쉽지 않다. 현재로선 국민의 추가부담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회원 지자체간 공평성을 전제할 수 있는 방안은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이 유일하다. 만약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지방세법 부칙에 명시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필요한 예산 지원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고, 빠른 시일 내에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
-울주군 서생면을 중심으로 원전 신규 유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
“지역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안다. 울주군 서생에 있는 새울 원전은 현재 2기가 가동 중이고, 2기는 건설 중이다. 이번에 신규로 2기를 유치를 하면 총 6기의 원전이 가동되는 건데, 안전성만 보장된다면 굳이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전 신규 설치 시 주어지는 특별지원금과 원전 가동에 따른 기금의 수혜 지역은 원전 소재지로 한정하지 말고 방사선비상계획구역 내 원전 인근 지역까지 확대해야 한다.”
-앞으로 행정협의회 활동 계획은.
“원전 사고 위험에 노출된 채 아무런 보상도 없이 살아가는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은 주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지난 6일과 8일에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촉구를 위한 134만 주민 서명부를 행정안전부장관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고, 앞서 9월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서명부를 전달한 바 있다. 내년에는 전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영상을 제작‧홍보하고,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 타당성과 지역발전 접목방안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원전 인근 지역 지자체의 방사능 방재 업무에 필요한 예산과 재원 등을 전수조사하고, 원자력안전교부세가 확보되면 지자체별로 접목 가능한 주민보호 및 지역발전 사업 등을 발굴할 계획이다. 국민들도 원전이 일부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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