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눈높이는 여전히 ‘8조’... 커지는 HMM 유찰 가능성
원매자들 최대 6조원대 고려…산은 눈높이와 괴리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매각 주관사 삼성증권은 23일 오후 5시까지 본입찰을 마감하고 다음 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본입찰은 동원그룹과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의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또 다른 후보자 LX인터내셔널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하더라도 낮은 가격을 적어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원그룹과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은 레이스를 완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업계에서는 유찰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앞으로 주식으로 전환될 물량이 3억주 이상 남아있음에도,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최근 대폭 오른 주가를 기준으로 매각 예정가격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매자들이 적어낸 가격이 예정가격에 못 미치면 본입찰은 유찰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MM의 현 시세를 기준으로 매각 예정가격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유재산법 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발행한 주권을 처분할 때 그 예정가격은 ‘평가기준일 전 1년 이내의 최근에 거래된 30일간의 증권시장에서의 최종 시세가액을 가중산술평균하여 산출한 가액’으로 정한다.
HMM 주가는 지난 10월 23일 바닥을 찍은 뒤 급반등한 상태다. 7월 20일 매각 공고를 내며 영구채 전환 계획을 밝히자 2만1000원대에서 1만3000원대로 곤두박질쳤으나, 이달 6일 1만6750원까지 반등했다. 현재도 1만6000원선에서 등락 중이다. 한 달도 안 돼 20% 넘게 오른 것이다. 산은과 2대주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갖고 있던 영구전환사채(CB)와 영구신주인수권부사채(BW) 1조원어치가 주식 2억주로 전환돼 10일 상장하며 주당 가치가 희석됐음에도,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현 시세를 기준으로 계산한 매각 대상 주식 4억주의 예정가격은 6조4600억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까지 더한다면 매각 예정가격은 7조7000억~8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8조원대의 매각가와 원매자들의 눈높이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HMM 원매자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매각가는 최대 6조원대다. 동원그룹과 하림·JKL 컨소시엄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각각 3조원대로 알려졌다. 인수금융 금리가 연 8%대로 알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3조원을 빌린다고 가정할 때 매년 이자만 2400억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6조원대 가격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찬 상황이다.
더군다나 HMM은 매각 후 3억3400만주의 추가 상장이 예정돼 있다. 아직 우협 대상자와의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 중인 영구채 1조6800억원어치를 내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다.
해당 물량이 모두 추가 상장한다면 HMM 인수 후보자의 지분율은 57.9%에서 38.9%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이처럼 주당 가치의 희석이 예고된 상황에 원매자들이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산은의 눈높이를 맞춰줄 이유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 때 원매자들 모두 시가보다 낮은 가격을 적어 냈을 텐데, 그때 매각 절차를 중단하지 않고 지금까지 끌다가 이제 와서 높아진 시세를 기준으로 예정가격을 정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산은의 입장도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HMM 노조가 유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 산은이 예정가격을 현 시세보다 낮게 잡는다면, 매각의 정당성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한 기업을 밀어주기 위해 저가 매각을 강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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