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통한다…카타르 '중재 소프트파워' 다시 과시
여러 국가와 신뢰 관계로 '선량한 중재자' 입증
"카타르식 중재엔 정치적 신뢰·지식·감수성 필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22일(현지시간) 협상 타결에 이른 배경에는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
협상은 미국 정부의 개입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카타르를 통해 요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카타르가 미국,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이면서도 하마스의 신뢰를 받는 특수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카타르는 세계 경제에 필수적인 천연가스 공급 국가로서 세계 각국과 광범위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서방을 주도하는 미국은 카타르 도하 서부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중동 최대의 미군 기지를 두고 역내 전략의 핵심 시설로 사용한다.
카타르는 서방뿐만 아니라 이란, 러시아 등 서방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9월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이란의 한국 내 석유대금 동결해제 뒤에도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카타르는 이슬람권 일원으로서 하마스, 탈레반 등 일부 서방국이 테러단체로 보는 무장정파와도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예컨대 미국은 카타르의 도움을 받아 2021년 탈레반이 득세하던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할 수 있었다.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에서 이란의 개입을 만류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가자지구의 분쟁이 중동 전역의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일선에서 거드는 것으로 관측된다.
카타르는 우크라이나, 레바논, 수단 등지에서도 '선량한 중재자'로서 분쟁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갈등 중재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왔다.
이는 소프트파워(문화·외교·예술 등 무형의 저력)를 키워 자국을 다른 아랍국과 차별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풀이된다.
카타르의 이런 노력은 하마스가 인질 50명을 석방하고 이스라엘이 나흘 동안 교전을 중지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데에도 주효했다.
이는 단순히 서로 마주 앉을 수 없는 쌍방의 의사를 대신 전달하는 게 아니라 양측 모두에서 신뢰를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카타르의 역할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하는 단순히 기술적 역할, 스위스가 이란에서 미국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 등과는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카타르와 같은 중재에는 특정 수준의 정치적 신뢰, 지식, 정치적인 감수성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대놓고 욕하지 않듯이 카타르도 하마스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중재를 염두에 둔 듯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했을 때 카타르는 하마스를 지지하지 않았으나 동시에 이스라엘의 점령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격렬해지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정황을 비판했다.
그런 상황에서 서방에서는 카타르가 하마스의 편을 들기 때문에 선량한 중재자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카타르가 하마스의 유일한 창구로서 협상을 고의로 지체시켜 하마스에 힘을 보태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인질 협상을 중재한 적이 있는 거손 배스킨은 "카타르는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라고 비판했다.
테드 버드(공화당)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카타르가 미국인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얼마나 오래 데리고 있을 것이냐"고 압박했다.
카타르는 이 같은 의심에 대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의 거점을 자국에 제공한 이유는 사상적으로 하마스에 동조하기 때문이기보다는 미국이 그렇게 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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