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동결자금 회수하자 단기외채비중 21.8% ‘역대 최저’
외채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단기외채 비중이 지난 3분기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단기외채 비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단기보다는 장기 외채 중심으로 채무구조가 개선되고, 한국에 묶였던 이란의 석유 수출대금 60억달러(약 8조원)가 빠져나가면서 단기외채가 일시적으로 큰 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하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3년 3분기 국제투자대조표’를 보면 한국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볼 수 있는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7854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214억달러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대외금융자산과 대외금융부채가 각각 208억달러, 422억달러 감소했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게 줄어들어 순자산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자산과 부채가 감소한 것은 주로 비거래요인이 작용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환산액이 감소하고, 글로벌 주가와 코스피 등도 하락한 영향이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527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11억달러 줄었다. 대외채권(1조20억달러)이 외환보유액(-73억달러) 감소 등으로 169억달러가 줄고, 대외채무(6493억달러)가 단기외채를 중심으로 157억달러 감소했다.
대외채무를 만기별로 봤을때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가 203억달러 급감했다. 먼저 올해 3분기 중 단기 차익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가 줄었다. 여기에 예금취급기관의 현금 및 예금이 79억달러 감소했는데 대부분은 이란이 국내에 동결됐던 자금을 회수한 영향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서 장기외채는 61억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중(단기외채/대외채무)은 21.8%로 전분기 대비 2.5%포인트 하락해 1994년 4분기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준비자산)은 34.2%로 4.2%포인트 하락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33.1%)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유복근 한은 국외투자통계팀장은 “대외지급능력이 제고되고 단기외채비율이 하락해 외채 만기 구조도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대외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다만 향후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전개 양상이나 미국 긴축 등으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대내외 거시경제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 자금 인출 등 일시적 요인이 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란 자금 인출이 단기적 요인인 것은 맞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단기외채 감소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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